[인터뷰]소재 분야 연금술사, 정세영 엔트리움 대표

정세영 엔트리움 대표.
정세영 엔트리움 대표.

“매출이 커서 대통령 표창을 받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술 중요성 때문이라고 봅니다. 싸고 효과적으로 전자파를 차단하는 방법은 스프레이 방식이 가장 뛰어납니다.”

정세영 엔트리움 대표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제21회 2018 벤처창업진흥 유공 포상 시상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엔트리움은 나노·마이크로 입자 합성, 코어·쉘 입자 코팅 관련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췄다.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화면 접착제 핵심 소재로 쓰이는 도전성 입자를 국산화했다. 반도체 테스트 소켓용 도전성 입자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 품질로 인정받았다. 스프레이 코팅 방식으로 SK하이닉스에서 엄선한 3개 기술혁신기업 중 하나로 선정됐다.

정세영 대표는 서울대 박사과정 시절 벤처창업경진대회에 나갔다. 해금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초중고에 보급하겠다는 아이디어였다. 8개 팀이 출전해 인기투표에서 1등을 차지했다. 심사를 맡았던 벤처캐피털(VC)은 냉정했다. 공대 박사과정이 이런 걸 하냐는 비아냥뿐이었다.

정 대표는 “금형 비용이 4000만원이 들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지금처럼 3D프린트가 있었다면 뚝딱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2년 경기도 기흥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 입사 10년간 근무했다. 부장 승진을 한 그해 퇴사를 결정했다. 2012년 4월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 연구원으로 들어가 이듬해 2월 창업했다.

창업 계기는 두 가지였다. 임원을 달지 못하면 50세 이후 삶의 터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 지속가능한 직장이 필요했다. 또 하나는 대학 때 가졌던 창업 로망이었다. 누구나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잊고 지내던 꿈이 다시 떠올랐다.

그는 “아내에게 얘기했더니 흔쾌히 받아줬다”면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대출도 최소화했다”고 전했다.

대학 전공인 재료 관련 아이템을 찾았다. 폴리머 합성과 금속 코팅에 주력했다. 도전성입자와 전자파 차단 등에 특화했다. 대기업과 경쟁도 피할 수 있었다. 2017년 4월 동탄으로 사옥을 옮겼다. 입자, 페이스트 양산라인도 갖췄다.

정 대표는 “새해부터 휴대폰용 백 커버필름과 프라이버시 필름을 중국에 수출한다”면서 “올해 매출 목표 150억원 중 절반 이상을 중국서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름제조업체와 협업한다. 마진을 높게 잡지 않는다. 협력 업체와 상생을 추구한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면 기업 인지도도 올라간다.

정세영 대표는 소재 분야 시장은 계속 확장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스마트폰 수요는 지속되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 인공지능(AI) 등 기술 도입이 활발해지면서 방열과 전자파 차단 수요는 계속 커진다. 자율주행자동차 오작동 원인 중 발열과 전자파가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반도체 집적도가 높을 수록 전자파와 발열에 민감해진다.

스프레이 방식은 기존 물리기상증착장비보다 비용도 절반 이하다. 현재 미국 반도체, 스마트폰회사와 테스트 중이다.

그는 “반도체 패키징 분야뿐 아니라 전장부품 비중이 높아지는 자동차, 항공기, 군수 분야까지 확장 가능하다”면서 “고주파와 저주파를 동시에 막는 소재 개발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