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의료제도 개혁 필요

[기자수첩]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의료제도 개혁 필요

“의료기기 산업의 낡은 관행과 제도,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의료기기 산업 분야 규제 혁신 방안' 발표 행사장을 찾아 규제 혁신 첫 대상으로 의료기기를 꼽았다.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의 하나로 의료기기를 꼽고 규제 개혁을 약속했다. 연구개발(R&D) 확대, 허가 기간 단축 등 지원도 약속했다.

산업 현장 체감은 다르다.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 합동 산업 육성 방안에는 '혁신'이 담겨 있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문 대통령은 안전성 우려가 낮은 진단 검사 등 의료기기부터 사후 규제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네거티브 포괄 규제(선 시장 진입, 후 평가) 전환은 체외 진단 의료기기 등 일부에만 적용된다. 한 예로 미국도 허가한 선진형 개인 의뢰 유전자검사(DTC)는 규제에 막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이라는 문턱에 가로막혀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인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산업도 제자리걸음이다. 부처 간 이견이 많아 의료기기 규제 혁신에도 제동이 걸렸다.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유연한 허가제도 마련도 시급하다. 신약의 경우 특허가 만료되면 복제약(제네릭)이 시장에 나오면서 신약 가격이 인하된다. 의료기기는 개량품이 많지만 적합한 가격 결정 제도가 없다. 국내에 들여온 의료기기는 허가를 한 번 받으면 시장에서 고정 가격으로 수가를 받는다. 혁신 의료기기 개발 업체는 먼저 진입한 의료기기보다 제품 성능, 기술력이 우수해도 기존에 진출한 제품 허들을 넘어서기 어렵다. 기존 제품 사후 평가가 필요한 이유다.

혁신 제품이 정부 허가를 받더라도 보험 수가에 반영되지 않으면 병원에서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기존 기술보다 우월한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된 제품이라면 적절한 기술 가치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경직된 정부 보험 수가 결정 체계도 신의료 기술 발전 발목을 잡는다. 국민이 의무 가입하는 건강보험 단일보험 체계 테두리 안에서 혁신 의료 기술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유연한 대안이 필요하다.

의료기기 산업은 높은 부가가치율과 고용유발 효과를 발휘한다. 혁신 기술이 도입된 의료기기가 허가 하나로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부각된다. 의료기기 산업 성장을 위한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 '의료기기산업육성' 정책 효과가 발휘되기 위해서는 파격의 혁신안이 필요하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