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수 UNIST 교수팀, '초고에너지 우주선' 기원 가설 세계 첫 제시

국내 연구진이 미스테리로 남아있는 '우주 초고에너지 입자'의 근원을 규명할 수 있는 가설을 세계 처음 제시했다. 초고에너지 입자의 우주 공간 이동에 관한 첫 번째 연구 가설로 '초고에너지 우주선 기원'을 규명하는 근간이 될 전망이다.

UNIST(총장 정무영)는 류동수 자연과학부 교수팀이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생성과 이동 경로를 연구해 세운 새로운 가설을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2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고 2일 밝혔다.

류 교수팀이 제시한 가설은 '우주선 입자는 천체 처녀자리 은하단에서 생성돼 이와 연결된 은하 필라멘트를 따라 떠돌다 지구로 날아왔다'는 것이다.

세계 처음으로 초고에너지 우주선 기원 가설을 제시한 류동수 UNIST 교수.
세계 처음으로 초고에너지 우주선 기원 가설을 제시한 류동수 UNIST 교수.

'우주선(Cosmic Ray)'은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오는 매우 큰 에너지를 지닌 입자를 말한다. 이 가운데 초속 100m 속도로 날아오는 야구공과 맞먹는 에너지를 지닌 입자를 '초고에너지 우주선'이라고 부른다. 입자 하나의 에너지가 10의 20승 전자볼트(eV) 이상인 것도 있다. 지구에서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입자의 최대 에너지는 10에 20승 전자볼트다.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어디서 어떻게 생성됐는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2013년 텔레스코프 어레이 국제공동실험그룹이 미국 유타주 사막에 설치한 입자검출장치 '텔레스코프 어레이'를 이용, 5년에 걸쳐 72개 초고에너지 우주선(5.7×10에 19승 eV 이상)을 검출한 것이 최근 성과다.

류 교수팀은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집중된 영역, 즉 핫스팟에서 처녀자리 은하단과 연결된 은하 필라멘트를 찾아냈다. 이를 근거로 처녀자리 은하단에서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생성돼 은하 필라멘트를 따라 이동하다가 지구로 왔을 가능성을 설정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이를 모사해 시험했다.

초고에너지 우주선 생성과 이동 경로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모사한 이미지. 하얀색 점이 초고에너지 우주선이며, 생성 후 필라멘트를 따라 이동하다가 튕겨져 나가는 걸 보여준다.
초고에너지 우주선 생성과 이동 경로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모사한 이미지. 하얀색 점이 초고에너지 우주선이며, 생성 후 필라멘트를 따라 이동하다가 튕겨져 나가는 걸 보여준다.

그 결과 초고에너지 우주선은 은하단에서 생성돼 우주 공간의 자기장과 상호작용하면서 은하 필라멘트를 따라 이동하고, 이 가운데 일부 입자가 지구가 속한 은하 방향으로 튕겨져 나온 것이라는 가설을 수립했다.

우주는 거미줄처럼 그물망(Cosmic Web)을 이루고 있다. 은하 필라멘트는 은하들이 가늘고 길게 나열된 줄 형태의 천체다. 이 필라멘트가 교차하는 지점에 은하단이 자리잡고 있다.

류 교수는 “처녀자리 은하단에는 '처녀자리 A전파은하'처럼 초거대 질량의 블랙홀을 포함한 활동성 은하핵이 포함돼 있다”면서 “이런 은하와 은하단 충격파 등이 초고에너지 우주선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김지현 UNIST 박사후연구원, 강혜성 부산대 교수, 김석 한국천문연구원 박사후연구원, 이수창 충남대 교수가 참여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