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4차산업혁명위원회 단상

[미래포럼 ]4차산업혁명위원회 단상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별칭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제시된 이후 유독 우리나라에서 많이 회자된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용어인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이 선진국에서 사용되는 빈도에 비해 약 40배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큰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나타내며, 기술 등 관련 내용보다 겉으로 드러난 담론에 치중된 결과로 볼 수 있다. 2017년 10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출범한 지 450여일이 지나고 있다. 위원회 홈페이지를 보면 회의 등 일정과 심의 안건, 보고서 건수 등 외형 성과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위원회 역할과 관련해 다음의 사항을 심의·조정한다-4차 산업혁명에 대한 종합적인 국가전략, 부처별 실행계획과 주요 정책,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 발전 지원, 인공지능·ICT 등 핵심기술 확보 및 기술혁신형 연구개발 성과창출 강화에 관한 사항 그리고 전 산업의 지능화 추진을 통한 신산업·신서비스 육성에 관한 사항 등'

그러나 출범 후 1년 이상 지난 현재 위원회에 대한 평가는 긍정보다 부정 면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위원회가 혁신 성장 컨트롤타워로서 민·관 협력을 통한 혁신 기술과 신산업·서비스 육성이라는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다른 국정 현안에 밀려 위원회 역할이나 중요성이 제대로 전달되기 어려운 사회·정치 환경도 한몫했을 것이다.

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기구라는 위상임에도 정부 정책을 최종 결정하고 집행하는 기구가 아니다. 설령 정책을 심의해서 조정한다고 해도 이를 강제할 권한이 없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위원회에서 논의해도 정부 부처가 움직이지 않는 게 문제다. 과거와 달리 사회·경제 이해관계자들 의사 표현이 자유롭고 복잡해진 상황에서 위원회가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 개념 자체에 대해 전 세계 학자 간에도 이견이 있다. 과거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변화가 일어난 후 분석이다 보니 사실 관계에 이견이 있을 수 없었지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관련 논의는 미래 예측이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 경험상 미래 모습 예견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로써 기술 발전, 산업 활용성, 사회 수용도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 많은 전문가가 동의한다.

어떤 사회 변화도 많은 사람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산업혁명 준비 과정에서 눈앞의 정치 이유에 떠밀려 성급하게 판단하고 접근하지는 말아야 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매킨지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으로 우리나라에 미치는 경제 효과가 2030년이면 약 46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정권에서 추진한 '창조경제'가 정치성 한시 구호로 끝난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더욱 면밀한 국가 전략 접근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한 바구니에 담아 성급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볼 때다. 현재 우리나라 산업 구조는 선진국에 비해 고도화가 돼 있지 않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발전시키기에는 사회 부문 간, 기업 간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 이에 따라서 이해 당사자 간 이견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는 한 나라에서 자원을 최대로 동원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기 때문에 국가 내 사회 문제에 조정자 또는 선도자로서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또 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국가시스템 아래에서 전략 접근에 대한 책임도 정부가 질 수밖에 없다.

미래 사회에 대한 영향력이 매우 큰 4차 산업혁명 관련 해결책을 모색할 때 다단계의 계층별 접근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당장 이해관계가 매우 첨예한 문제는 별도로 분리해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술 발전, 산업 활용성, 사회 수용도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우선순위를 정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정부 부처 역할을 분담해서 수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위원회는 정부와 함께 미래 산업 청사진을 만들고 추진해야 한다. 혁신 성장을 위한 컨트롤타워로서 위원회 역할과 관련해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 사람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는 이유다.

안치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 ahnc@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