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32>중소기업 혁신정책 근본부터 다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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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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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책 제안을 담은 '2018 OECD 한국경제보고서' 발표가 있었다. 이날 발표는 그 함의에 비해 별로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나마 가장 큰 관심거리가 된 내용은 우리가 재벌로 지칭하는 대규모 기업집단에 관한 것이었다.

이처럼 관심이 한쪽으로 기운 탓인지 이날 언급된 두 번째 주제는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다. 이 보고서는 재벌과 더불어 중소기업을 별도로 다뤘으며, 무엇보다 대기업에 비해 생산성과 효율성이 하락하고 있는 우리 중소기업 상황을 재삼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물론 전문가마다 상황을 보는 시각은 다르고 이날 발표 역시 그렇겠지만 유독 눈에 띈 우리 중소기업의 문제가 몇 가지 있었다.

첫째 우리 중소기업 생산성은 대기업의 32.5% 정도로, 대·중소기업 간 노동생산성 격차가 OECD에서 가장 큰 국가들 가운데 하나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없다.

둘째 반면에 중소기업 대출을 위한 정부 보증은 가장 높은 편이다. 단편에 그친 지표이고 꼭 부정 시각으로 볼 필요는 없겠지만 정부 지원이 꾸준히 늘어온 와중에 중소기업 생산성은 대기업의 53.8%(1988년)에서 32.5%(2017년)으로 떨어진 셈이다.

셋째 기업 퇴출률은 OECD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기업 여건이 안정됐다고 여길 수 있겠지만 보고서는 그 이유를 파산 비용을 온전히 개인이 짊어져야 하는 우리 제도에서 찾았고, 그 결과 좀비기업으로 남아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고 봤다.

넷째 서비스 연구개발(R&D)도 포함된 34개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유일하게 10%도 미치지 못했으며, 종종 벤치마킹 사례로 삼는 이스라엘이 80%에 근접한 것과도 비교된다. 게다가 과학 부문 R&D 서비스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마지막으로 우리 기업은 혁신을 위한 협력 또는 글로벌 혁신 네트워크에 편입된 정도에서도 가장 낮다. 지금처럼 개방·혁신이 중요하고 네트워크 기반 경제 패러다임에서 이토록 폐쇄된 혁신 구조를 우리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히 갖춘 셈이다.

단지 위안을 삼는다면 보고서가 채택한 이런 지표가 우리 중소기업 경쟁력을 온전히 대표하지 못할 수 있고, 특히 북미·유럽 국가와 상이한 우리 경제 구조를 감안하면 직접 비교에 한계가 있겠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도 서비스 R&D 비중에서 우리 바로 앞자리고, 정부 신용보증 비율에서는 오히려 우리보다 높으며, 개방 네트워크에서는 끝에서 네 번째 수준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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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 가지만큼은 명확해 보인다. 첫째 그동안 여러 정부가 공히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적어도 이번 OECD 보고서에서 그 성과를 확인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둘째 우리가 상식으로 생각해 온 지원 정책이 과연 타당하고, 기대하지 않은 부작용은 없는지 근본부터 생각해 볼 때가 됐다는 점이다. 셋째는 대기업 자원이 내부로 옮겨 다니는 일종의 터널링 상황에서 이런 내부 시장을 확보하지 못한 중소기업의 경우 돌파구는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이번 보고서 제안 가운데 규제 샌드박스나 네거티브 규제 포괄 시스템은 이미 정부가 추진하고 있고, 원론에 입각한 제안에도 고민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지 R&D비 세액공제 제도처럼 당장 손볼 수 있는 것은 속히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 이와 함께 서비스 무역장벽과 글로벌 밸류 체인 같은 과제도 그 나름대로 다시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어딘가에 정책의 맥이 있지 않겠는가. 이 보고서가 정작 고민을 안기는 것은 진단이나 대안 자체보다 우리 정책의 상식을 바꿔야 할 때가 됐다는 자책인지도 모르겠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