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형제의 난' 압승…'뉴롯데' 구축 박차

신동빈 '형제의 난' 압승…'뉴롯데' 구축 박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압승했다. 경영권 분쟁이 도화선이 돼 구속수감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시간을 보냈지만 다섯번 진행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모두 승리했고, 신 전 부회장으로부터 세 차례 자필 사과 편지까지 받았지만 사업에만 전념하고 있다. 롯데그룹 측은 “화해 시도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평가절하했다.

9일 롯데와 업계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4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신 회장에게 '화해의 기본 방침'이라는 내용의 자필 편지로 화해와 구조조정을 제안했다.

편지에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멈추고 일본 롯데홀딩스 등이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지금의 구조를 해소, 롯데그룹을 일본으로부터 독립시키자는 것이 주요 골자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에 복귀하고 신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을 단독 경영하는데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일본 롯데 홀딩스 부회장직에서 해임된 후 지속적으로 경영 복귀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자 화해 제안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

하지만 롯데그룹은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롯데 측은 “이번 보도자료 배포 역시 '화해 시도' 자체를 홍보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 뿐만 아니라 신격호 명예회장, 롯데 경영진, 각 회사 등을 상대로 한국과 일본에서 수십 차례 소송을 제기, 해당 소송 대부분이 아직까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 측은 또 신 전 부회장이 신 명예회장에 대한 효심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도 “주주권 대리 행사 위임장 효력을 두고 소송이 진행 중에 있고 증여 받은 한국 롯데 지분을 대부분 매각했는데 그 행동이 아버지 뜻과 같은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2017년과 2018년에 걸쳐 한국 롯데계열사 지분을 모두 처분해 1조원 가량 현금을 확보했다.

재계는 신 전 부회장이 거듭되는 주총 표대결과 법정 패소로 이어지자 화해 모드로 돌아서 일본롯데라도 챙기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 측의 강경한 입장 발표로 미뤄볼 때 두 사람의 화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으로서는 소모적 분쟁을 지속하기 보다 '뉴롯데' 완성을 위한 호텔롯데 상장과 금융 계열사 매각 등 지주사 체제 완성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를 뺀 국내 계열사를 중심으로 지주사체제로 전환해 지배구조 개편이 미완성 상태기 때문이다.

특히 호텔롯데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로 한·일 롯데의 경영분리와 한국 롯데의 지주사체제 완성을 위해서는 호텔롯데 상장이 필수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 계열사를 외부에 매각키로 한 것도 호텔롯데 상장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이다.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신 회장은 중단됐던 투자도 재개하며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의 흔들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롯데 경영권 분쟁은 이미 신 회장의 완승으로 결론난 상황”이라며 “신 회장은 지배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해 '뉴롯데'는 물론 '원롯데' 체재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