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규제 샌드박스

정부가 오는 17일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시행한다. 샌드박스는 아이들이 모래상자에서 자유롭게 놀면서 스스로 생각한 아이디어를 풀어내는 틀이다.

기업 입장에서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최소한 법률 제약 아래 시험하는 장치다. 관련 법규가 모호할 경우 일정한 조건 아래 규제 적용을 풀어주고,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앞당겨 주는 실증 특례 및 임시 허가 제도다. 기존에 만들어진 낡은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올 수 있게 하는 장치다.

[관망경]규제 샌드박스

정부가 규제를 만드는 이유는 다양하다. 산업 측면에서는 미래를 위해 특정 산업을 육성·보호하거나 국민 공공·안전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률이나 규칙이다.

그러나 특정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법률도 시간이 지나면 후대에는 지난 세대를 위한 낡은 법률로 비쳐지기 마련이다. 새로운 이해관계자는 기존 규제를 전통 이해관계자를 위한 것으로 간주한다. 결국 법률이 이권을 다투는 문제의 중심에 선다.

최근 불거진 카풀 사례처럼 규제 벽을 허물어 달라는 요구와 기존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차는 좁히기 어려울 정도다. 이때 이해관계자 간 충돌을 새로운 규칙으로 중재하고 조정하는 것이 바로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 역할이다. 샌드박스 역시 이 점을 고려해 마련한 제도다.

정부가 제도 안착을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대상은 새로운 진입자다. 새로운 진입자는 기존 틀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모래상자 주위에 모여들어서 다양한 생각을 풀어내듯 정부 부처는 신규 플레이어가 규제 샌드박스에서 자유롭게 혁신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

이경민 산업정책(세종)전문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