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카풀과 방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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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제 도입 24년 만에 사달이 났다.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 폭행 사건이 발단이 됐다. 해외 연수 길에 가이드를 폭행한 영상이 공개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 와중에 해외 연수를 떠난 타 지역 기초단체 의원들도 지탄 대상에 올랐다. 기초단체 의회 무용론까지 거론된다. 무보수 명예직으로 전환하라는 댓글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지자제는 1995년 지역 민의를 좀 더 잘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시·군·구 등 지방 기초단체 행정 감시·견제 역할도 주어졌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지자제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렇다고 지자제 공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혁신 성장이 카풀 갈등에 막혀 동력을 잃고 있다. 이번 기회에 혁신 성장 딜레마를 지자제를 통해 풀어 보면 어떨까. 카풀이 우선 적용 대상이다. 카풀 해결 없이 혁신 성장 문제의 돌파구를 찾는 건 요원하다. 사회 지혜를 모아 지속 가능한 방법론을 도출해야 한다. 경북 경주시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해법이 대표 사례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민이 공감대를 이룬 성공 모델이다.

지난날 경주 방폐장 부지 선정을 둘러싼 주민 간 갈등이 첨예했다. 지금의 카풀 사태 못지않았다. 찬반 논란은 심각한 상황이었다. 지역 주민 간 갈등과 불신도 만만찮았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장은 유치를 희망했고, 방폐장은 민주 절차를 밟아 성공리에 준공됐다. 결국 현재 폐기물은 경주에서 처리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전통과 혁신 세력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 기득권을 놓고 제로섬 게임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노년층과 청년층 세대 간 마찰도 극복해야 할 사회 숙제다. 전통 산업과 혁신 산업 간 갈등은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도 제2, 제3의 카풀 사례는 등장할 수밖에 없다. 법이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카풀 논란은 이 같은 복잡한 문제를 모두 내포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지혜를 모아 첫 매듭을 잘 풀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형 4차 산업혁명이라는 고속도로를 건설할 수 있다. 여기서 서행하거나 교통 정체에 묶이면 대한민국 미래는 없다.

카풀 논란은 국가 주도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에 결정권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 미시 방법론이다. 정부는 카풀 시범 도시를 선정한 후 적절한 당근과 채찍 정책을 펼치면 된다. 운전석에서 조수석으로 자리를 이동해야 할 때가 됐다. 결정은 운전대를 잡은 지자체와 해당 지역 택시업계, 시·구·군민이 한다. 미시 접근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수 요건이다. 미국은 이미 주정부 차원에서 자율주행 운행 또는 시험 주행을 허가하고 있다. 구글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는 캘리포니아 주 당국에서 허가를 받았다. 우버 역시 지난해 말 펜실베이니아 주 교통 당국으로부터 운행 승인을 받았다.

소규모 시·군·구 중심으로 지자체장과 택시, 카풀 업계가 상생의 길을 모색했으면 한다. 택시 업계도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시험에 참여하길 권한다. 운행 데이터 등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실익을 따져볼 수 있다. 최대 쟁점인 이른바 '나라시 택시'(자가용 영업) 여부 점검도 가능하다. 자가용 영업 불법 행위인지 출퇴근 시간 교통 대란 해소용인지 종합 판단이 가능해진다. 지자체는 다양한 시험이 이뤄지는 샌드박스다. 지자체에서 이뤄지는 종합 결과를 바탕으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하거나 지자체장 조례를 제정하자.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해법을 찾아볼 수 있다.

[데스크라인]카풀과 방폐장

김원석 성장기업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