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컨베이어·산업 로봇 '안전' 늦춰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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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끼이는 사고로 숨졌다. 사망 사고를 초래한 석탄 운반 설비는 그해 10월 안전 검사에 합격 판정을 받았다. 열악한 근무 환경과 함께 부실한 안전 검사가 사고 원인으로 지적됐다. 화력발전소는 물론 국내 산업 현장에 컨베이어 벨트와 로봇 설치 사업장이 늘어난다. 컨베이어 벨트 사망 사고에서 보듯 비상정지장치 등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하면 인명 사고 가능성이 짙다. 도입이 급증한 산업용 로봇 역시 안전장치가 필수다.

정부가 관련 장비에 대해 안전검사 제도를 시행한 건 2017년 11월부터다. 이번 태안 화력발전소 사고 발생과 직접 연관되지 않는다. 이미 정부는 기존에 해당 장비를 운용하던 기업에 1년 동안 안전 검사 유예 기간을 줬다.

시급히 점검해도 모자랄 판에 산업안전보건인증원은 지난해 말까지 안전 검사를 접수한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최장 6개월을 더 유예했다. 검사 결과 불합격이 나와도 컨베이어나 산업용 로봇 사용중지 명령도 유예한다고 한다. 2017년 시행 당시 발표된 컨베이어·산업용 로봇 산업재해 피해자는 5년 동안 각각 1008명, 221명에 달했다.

산업안전보건인증원은 컨베이어와 산업용 로봇 안전 검사 제도를 조기 정착하기 위해 유예 기간을 추가로 줬다고 설명했다. 근로자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된 사안 때문에 1년 넘게 유예 기간을 주고도 기간을 더 연장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태안 화력발전소는 컨베이어 벨트 안전장치 정상 작동 여부, 근로자에게 위험을 미칠 수 있는 덮개 등 안전장치 유무, 비상정지장치 등 적절한 배치와 정상 작동 여부에 대해 모두 합격 판정을 받았다. 안전 검사를 받았지만 부실한 운영으로 사망 사고를 막지 못했다. 안전 검사조차 받지 않은 사업장은 더 심할 것이다. 컨베이어 벨트와 산업용 로봇 안전 검사는 근로자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검사 기간 유예가 아니라 형식에 그친 검사가 되지 않도록 내실을 따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