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안전보건자료 제출 의무화·위험 업무 하도급 제한…산업안전보건법 개정 공포

물질안전보건자료 제출 의무화와 비공개 심사제도 도입, 도급인(원청업체) 책임 확대 및 사내도급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이 이뤄졌다. 1990년 이후 29년여 만이다.

고용노동부는 물질안전보건자료 정부 제출을 의무화하고 유해·위험 업무 사내도급을 금지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을 15일 공포했다.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산안법 개정으로 물질안전보건자료 대상물질을 제조·수입하는 자는 이를 고용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물질안전보건자료는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사용·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기재한 문서다. 화학물질을 다루는 모든 사업주가 자료를 작성해 사업장 내에 비치한다.

기업이 영업비밀을 이유로 화학물질 명칭과 함유량을 비공개하려면 고용부 장관 사전 심사를 받아야 한다. 비공개하더라도 그 위험성을 유추할 수 있도록 대체명칭과 대체함유량은 기재토록 하고 근로자 알권리를 보장했다.

이에 대해 산업계는 사용하고 있는 화학물질을 모두 정부에 제출하고, 이를 홈페이지에 공개토록 한 초안보다 규제 강도가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영업비밀로 보호 받으려면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고, 물질안전보건자료 일부를 홈페이지에 공개토록 한 데에 대해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물질안전보건자료 관련 규정이 시행되는 2021년 이전에 기업 영업기밀 보호를 위한 보완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영업비밀 여부를 고용노동부 장관이 사전심사 하는 부분의 세부 운용 과정에서 업체와 정부 간 갈등이 생길 여지가 있다”라며 “만약에 산업계가 비밀이라고 해도 정부에서 인정 못 해주겠다고 하면 비밀이 유출될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부적으로 (영업비밀) 판단을 어떻게 하고 업계 의견을 얼마나 정부가 수용할 것인지 하위법령 입법과정에서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산안법은 하청 근로자를 재해로부터 보호하는 차원에서 사업장과 장비 등에 실질적인 지배관리권한을 가진 원청업체 책임을 강화했다. 지금까지 원청업체는 화재·폭발·붕괴·질식 등 22개 위험장소에만 안전·보건조치를 취하면 됐지만, 앞으론 사업장 전체와 원청업체가 지정·제공한 장소 중 지배·관리하는 장소 등으로 넓어진다. 이로써 태안화력발전소처럼 하청 근로자가 사고를 당한 곳이 22개 위험장소 밖이라서 원청업체 책임을 묻기 어려웠던 문제가 해소된다.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와 원청업체에 대한 처벌 수준은 강화한다. 사업주가 5년 안에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근로자를 2회 이상 숨지게 했을 땐 그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도록 하고 법인 벌금형 상한액을 현행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높였다.

현행 사내도급 인가 대상이었던 도금작업, 수은·납·카드뮴 제련·주입·가공·가열작업, 허가대상물질제조·사용 작업 등은 '위험의 외주화'가 금지된다. 일시·간헐적인 작업, 하청이 보유한 전문적이고 도급인의 사업운영에 꼭 필요한 기술을 활용할 목적으로 고용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사내도급을 허용했다.

건설공사 발주자는 건설공사 계획단계에서 안전보건대장을 작성토록 하고 설계·시공단계에서 이행 여부 등을 확인토록 했다. 타워크레인 설치·해체업은 등록제로 하고 사업주는 등록한 자에게만 해당 작업을 맡길 수 있다.

또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명확하게 하고 위험성평가 시 해당 작업 근로자를 참여시키도록 법에 명시했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조치기준을 마련하고 지도·지원하도록 하는 등 산업현장에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신설·개선했다.

전부개정법률은 1년 뒤인 내년 1월 16일부터 시행된다. 그 가운데 대표이사 안전·보건계획 수립 의무는 2021년 1월 1일부터, 물질안전보건자료 관련 규정은 2021년 1월 16일부터가 시행 시점이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