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납품 업체들, 줄줄이 실적 하향... '아이폰 쇼크' 후폭풍

애플 아이폰 판매 부진 여파로 부품업계가 연쇄 타격을 받고 있다. 어닝시즌을 맞아 부진한 실적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아이폰에는 한국산 부품 비중이 높아 국내 업체가 직격탄을 맞는 모양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전력 관리 반도체 전문 업체 다이얼로그세미컨덕터는 2018년 4분기 매출을 4억3100만달러(약 4800억원)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회사가 제시한 전망치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를 겨우 맞춘 것이다. 다이얼로그세미컨덕터는 4분기 매출 전망치를 4억3000만~4억7000만달러로 제시했다.

애플에 무선주파수 칩을 납품하고 있는 스카이워크스솔루션스는 최근 1분기(한국 기준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예상 매출을 기존 10억~11억달러에서 9억7000만달러로 낮췄다. 리엄 그리핀 스카이워크스 최고경영자(CEO)는 “스마트폰 판매 둔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이폰 생산 업체인 폭스콘은 지난해 12월 매출이 2017년 동기 대비 8.3% 하락한 6193억대만달러(약 22조4900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 월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감소한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작년 9월 행사에서 필 쉴러 애플 수석부사장이 신형 아이폰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자료: 애플)
작년 9월 행사에서 필 쉴러 애플 수석부사장이 신형 아이폰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자료: 애플)

아이폰 판매 둔화에 따른 부품 업계의 충격은 일정 부분 예고가 됐다. 애플이 아이폰 판매 부진을 직접 언급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 2일 중국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 분쟁을 이유로 올해 1분기(한국 기준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치를 당초 890억~930억달러에서 840억달러 낮췄다. 이에 따라 애플 주가는 10% 이상 급락했고, 관련 종목 주가 역시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실적이 본격 공개되면서 충격은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애플 아이폰에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인쇄회로기판(PCB) 등을 공급하고 있는 국내 부품 업계도 여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진투자증권은 LG이노텍의 지난해 4분기 매출 2조5100억원, 영업이익 1224억원을 각각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전년에 비해서는 각각 12.4%, 13.3% 감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LG이노텍은 전체 매출의 50%가 애플에서 발생, 아이폰 부진에 따른 직격탄이 우려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LG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비에이치는 디스플레이용 PCB를 각각 납품하고 있어 이들 역시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폰이 반등해야 부품 수요도 살아나겠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애플이 올 1분기에 신형 아이폰 생산을 약 10% 줄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실적 만회를 위해 애플이 발주 물량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단가 인하도 추진할 가능성이 짙어 보여 부품 업계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도 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