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청와대 경내 산책 자리에서 “지난번 인도 공장에 와주셨지만 저희 공장이나 연구소에 한 번 와주십시오”라고 제안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가죠”라며 신규 투자 현장에는 직접 찾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하락세가 예상되는 반도체 산업 경기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 부회장은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를 옆에서 듣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은 “삼성이 이런 소리하는 게 제일 무섭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 부회장은 최 회장 어깨를 툭 치며 “이런 영업 비밀을 말해버렸네”라고 농담으로 받아쳤다.
최 회장은 “반도체 시장 자체가 안 좋은 게 아니라 가격이 내려가서 생기는 현상으로 보면 된다”며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고 있지만 가격이 좋았던 시절이 이제 조정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비메모리 쪽 시장 상황도 추가로 질문했다. 이 부회장은 “결국 집중과 선택의 문제다. 기업이 성장을 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경내 산책은 이날 극심한 미세먼지로 취소될 가능성도 높았다. 하지만 커피가 든 보온병을 하나씩 든 채로 간담회 이후 예정된 일정을 진행했다. 이들은 행사 장소였던 영빈관을 나와 청와대 본관, 불로문, 소정원을 거쳐 녹지원까지 25분가량 대화를 이어갔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 삼성·현대차·SK·LG 4대그룹 총수,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산책을 함께 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요즘 현대그룹은 희망 고문을 받고 있죠”라며 “뭔가 열릴 듯 열릴 듯하면서 열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결국은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건강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문 대통령은 “못하는 거죠. 그냥 포기한 거죠”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