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의 변신...SK·GS, 전기차 충전시장 뛰어든다

내연기관 차량 줄어 수익 악화...연내 50곳에 충전기 설치·가동

우리나라 1·2위 주유소 브랜드 'SK'와 'GS'가 전기자동차 충전인프라 사업에 진출한다. 올해만 약 50곳의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 가동한다.

내연기관 차량이 감소 추세인 점과 전국 주유소 과포화로 수익성이 나빠지는 면을 감안했다. 반면에 전기차 수요는 매년 100% 이상 증가하면서 전국 주유소의 뛰어난 접근성을 활용, 변신을 꾀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가 올해 서울·수도권 30개 직영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기를 구축, 운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GS칼텍스는 우선 충전소 당 급속충전기(50㎾h·100㎾h) 1~2개를 운영한다. 이미 자체 분석을 통해 서울 시내 10개 안팎의 주유소 거점을 확보했다. 다음 달 국내 충전기 중소기업 제조사 대상으로 충전기 협력사를 선정하는 일정을 따른다.

SK 주유소 350여곳을 운영하고 있는 SK네트웍스도 서울·수도권 대상으로 충전소 구축을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 SK네트웍스는 사업 첫해인 올해 GS칼텍스와 비슷한 규모로 시작한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이르면 올 상반기 내 직영 주유소 수십 곳에 충전소를 운영할 계획”이라면서 “정부 보조금 정책과 자체로 투입할 예산 등을 감안해 최종 내부 조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정부 시범 사업으로 제주도 SK·GS 주유소에 충전기를 구축한 적은 있지만 민간 정유소가 독자 사업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6년 제주도 SK주유소에 들어선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공존형 주유소.
지난 2016년 제주도 SK주유소에 들어선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공존형 주유소.

주유소 업체는 기존 휘발유 등 석유 에너지 충전 기능을 그대로 두면서 일부 시설에 대해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공단이 지원하는 급속충전기 보조금(최대 2000만원)을 활용하면서 자체 수익 모델을 완성시켜서 고도화하기로 했다. 이후 직영점뿐만 아니라 전국 단위의 자영 주유소로도 확대하는 것이 큰 그림이다.

올해부터 에너지공단 충전기 보조금이 기업별로 최대 20개로 제한됨에 따라 이들 주유 업체가 자체 투입하는 예산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류를 관리하는 주유소 특성상 전기 수전 설비 등을 포함한 충전인프라는 별도 보호시설물이 포함된다. 여기에 과금, 제휴사 및 고객 관리 등 운영 솔루션도 마련해야 한다. 주유소 환경을 고려한 설비 및 관리 매뉴얼도 만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 주유소가 기름을 채우는 곳에서 전기를 충전하는 에너지 복합 인프라로 확대될 것”이라면서 “주유소를 단번에 변화시키기보다는 전기차 보급 속도나 급속충전 기술 상황 등을 고려, 속도를 조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정유·주유 업계도 현지 주유소 망을 활용한 전기차 충전인프라 사업에 가담하고 있다. 유럽 1위 사업자인 셸은 2017년 유럽 최대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를 보유한 네덜란드 뉴모션을 인수하고 서유럽 내 3만개 이상의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헝가리 석유·가스회사인 몰(MOL)도 지난해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차량 300대(전기차 100대 포함) 차량 공유 서비스인 'MOL 리모'를 론칭했다. 현지 자사 주유소를 충전인프라 거점으로 활용하는 사례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