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CES 2019, 한국 존재감 컸지만 방심은 금물

[기자수첩]CES 2019, 한국 존재감 컸지만 방심은 금물

“CES에 20년 넘게 참여했지만 올해는 특히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업체가 주도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소니와 파나소닉은 10년 전과 비교해 전시 규모도, 찾는 사람도 확실히 줄었습니다. 중국은 여전히 경쟁자라기보다 뒤에서 쫓아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국내 대기업 TV사업부 관계자는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국내 제조사의 존재감이 컸다고 평가했다. 10년 전 세계 전자 산업을 주도하던 일본 기업은 이제 기를 펴지 못하고, 중국도 아직 추격자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TV를 기준으로 할 때 국내 대기업 제품 외 눈에 띄는 제품은 없었다. 일본 및 중국 가전 기업이 80인치 넘는 대형 8K TV 신제품을 공개하긴 했지만 지난해 삼성전자가 선보인 8K QLED TV 콘셉트와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었다. 삼성전자 75형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 LG전자 롤러블 올레드(OLED) TV 같은 차세대 기술을 집약한 명품은 보이지 않았다.

특히 하이센스, TCL 등 중국 전자 기업은 미-중 무역 전쟁 여파 탓인지 요란한 마케팅보다 차분하게 제품만 전시하는 분위기였다. 소니, 파나소닉도 TV 같은 하드웨어(HW)보다 콘텐츠와 솔루션에 집중했다.

그러나 관점을 조금만 바꿔 보자. 로봇과 드론에서 중국은 우리 수준을 압도했다. 일본산 부품과 소재 기술은 주요 전시장 곳곳에 내재돼 있음으로써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 등 미국 데이터 기반 회사는 인공지능(AI)에서 월등한 우위를 점했다.

눈에 띄는 화려한 세트 제품에선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였지만 소프트파워 경쟁에선 우리의 미흡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연초에 보여 준 결과물은 충분히 자랑할 만하지만 너무 도취해서도 안 된다. 5세대(5G) 이동통신, AI,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이뤄진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려면 방심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