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세이프가드 1년, 對美 수출 체질 바꿨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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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발동한 세이프가드 여파로 1년 사이 한국 세탁기 수출이 반토막났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월 발동한 세탁기 세이프가드가 오는 22일 1년을 맞이한다. 현지 냉장고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겨냥한 조치였다.

20일 한국무역협회 수출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세탁기, 세탁기 부분품 수출규모는 1억78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미국 세이프가드 대상 품목인 완전자동세탁기(HSK 845011), 세탁기 부분품(HSK 845090), 세탁기(HSK 845020) 수출액을 합산한 결과다. 이는 2017년 수출액 3억1900만 달러보다 45%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완전자동세탁기 품목(1600만 달러)은 전년 대비 63.4%, 세탁기 품목(1억4000만 달러)은 46.8% 감소했다. 다만, 한국 기업이 국내에서 미국 현지 공장으로 세탁기 부품을 조달하기 때문에 세탁기 부분품(2200만 달러)에서만 70.3% 수출규모가 증가했다.

세이프가드로 세탁 완제품에 대해서는 연간 120만대 쿼터에서 1년차 20%, 2년차 18%, 3년차 16% 관세가 부과된다. 쿼터 초과 물량에는 각각 50%, 45%, 40%가 부과된다. 세탁기 부품에는 1년차 쿼터 5만대, 2년차 7만대, 3년차 9만대로 늘어난다. 쿼터 내 관세는 0%지만 쿼터 외 관세는 완제품과 동일하다.

세이프가드 발동 후 현지 한국 브랜드 세탁기 가격은 평균 10%가량 올랐다. 세이프가드 발동 초기 현지 유통망과 연계한 할인 프로모션과 비축물량으로 세탁기 가격 인상을 억제했지만 실질 비용 상승으로 이어졌다. 높은 관세에다 인건비가 비싼 미국 현지 공장을 새로 가동하면서 부담이 커졌다. 그럼에도 현지 소비자 인식을 고려하면 비용 상승분을 온전히 소비자가에 반영하기 어려웠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세이프가드가 결국 미국 소비자 피해로 돌아갈 것이란 업계 우려는 현실이 됐다. 현지기업도 덩달아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미국시장에 정통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세이프가드 이후 미국 세탁기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랐다. 한국기업뿐 아니라 세이프가드 영향권 밖인 현지기업도 덩달아 가격을 인상했다”면서 “업계 전반으로 가격이 올라가면서 시장 수요도 3%가량 둔화됐다”고 밝혔다.

세이프가드는 2021년 1월 종료된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는 세이프가드가 종료되더라도 세탁기 수출 감소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한번 바뀐 현지생산 체계는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인프라 투자가 이뤄진 만큼 세이프가드가 끝나더라도 한국 기업이 현지 세탁기 생산 비중을 크게 줄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