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SK텔레콤, 한국의 알파벳·소프트뱅크로 재탄생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정보통신기술(ICT) 중간지주회사로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

한국의 알파벳 혹은 소프트뱅크를 지향한다. SK그룹 ICT 중간지주회사 전환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글로벌 시장 변화는 물론, 국내 규제 변화에 대응하는데 있어 최적화한 기업구조를 확립하기 위한 포석이다.

SK그룹 ICT 계열사 전체가 기업 가치를 재평가 받는 데도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기업 도약

SK텔레콤은 물적분할을 통해 중간지주회사 전환이 유력하다.

SK텔레콤을 SK투모로우(가칭) 형태 중간지주회사와 통신회사로 분할 이후 중간지주사 아래에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ADT캡스, 11번가, SK텔링크 등 자회사를 병렬 배치하는 시나리오다. ICT 중간지주 회사는 다양한 뉴ICT 기업을 거느리는 컨트롤타워다.

SK텔레콤이 ICT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건 뉴ICT 시대에 대응하는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뉴ICT 사업 컨트롤타워인 중간지주사 지휘 아래 5세대(5G) 이동통신과 사물인터넷(IoT) 반도체와 뉴미디어 등 사업이 수평 구조를 바탕으로 독자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각 사업은 기존 통신 중심에서 벗어나 대등한 관계에서 융합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중간지주회사 설립은 글로벌 시장변화에 대비한 기업 인수합병(M&A) 투자에 유리하다. SK그룹 캐시카우로 부상한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을 대부분 유보금으로 처리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ICT 중간지주회사에 대한 이익배당을 통해 새로운 투자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기존 통신사업 수익과 합쳐 막대한 투자 금액을 만들 수 있다.

이 같은 구조는 글로벌 M&A로 새로운 영역에 지속 도전하며 경제가치를 창출하는 알파벳과 소프트뱅크 기업구조와 유사하다.

SK그룹은 섬유회사에서 출발해 전략적M&A로 에너지와 통신, 반도체를 차례로 손에 넣으며 재계 3위까지 성장했다. 중간지주회사는 SK그룹의 주특기인 M&A 경쟁력을 글로벌시장에서 발휘할 최적 기업구조로 평가된다.

◇규제변화 대응

SK텔레콤은 규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중간지주회사 설립이 필수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기업이 대주주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의무 보유지분을 상장사의 경우 20%에서 30%로 높이도록 했다. 그러나 현재 ㈜SK의 SK텔레콤 지분율은 25.2%,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지분율은 20.1%로 30%에 미치지 못한다.

이 같은 자회사 요건 강화 규정은 신규설립 또는 전환 지주회사에 국한되기 때문에 당장 추가지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SK그룹 입장에서는 향후 추가적인 법 개정 등의 외풍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변경 규정에 맞춰 최소 3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안정적이다.

지분 확보를 위해 현재 주가 기준 최소 5조6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수혈해야 하는 점은 난제다. 향후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활성화로 반도체 가치가 높아지면 자금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어서 발빠른 선택과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간지주회사 전환은 SK텔레콤이 통신규제와 시장 관심에서 벗어나는데 유리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SK텔레콤이 물적분할을 통해 중간지주사와 통신전문회사로 나눠질 경우 중간지주사만 상장하고 통신회사는 100% 자회사가 돼 상장하지 않아도 된다. 통신회사로서 SK텔레콤은 기업공개 의무가 사라져 보다 자유로운 경영전략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증권가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외국인 지분 소유제한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법률상 외국인은 핵심 기간통신사인 SK텔레콤 지분을 49%까지만 소유 가능하다. 이 같은 규정을 SK텔레콤 모회사인 중간지주사에도 적용할지 여부는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

◇기업가치 제고

박정호 사장은 SK텔레콤 기업가치를 현재 22조원에서 60조원으로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중간지주회사 전환은 기업가치를 높이는데도 필수라는 분석이다.

SK그룹이 보유한 미디어,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보안 등 사업은 초기시장으로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성장이 예상된다.

새로 설립하는 중간지주사는 이 같은 가능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아울러 ADT캡스와 11번가는 물론 푹과 옥수수가 합병한 새로운 미디어기업도 상장을 통해 새로운 투자를 수혈,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통신전문기업으로 남은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 합병으로 5G와 기가인터넷 등 유무선을 포괄하는 종합 통신기업으로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유무선 통합전략은 물론, 재판매 등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어 기업가치가 극대화될 것으로 증권 전문가는 기대했다.

ICT 중간지주회사가 알파벳과 소프트뱅크와 같은 사업모델 확립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M&A와 사업 성공을 바탕으로 기업가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다만 SK텔레콤의 ICT 중간지주사 재편에 있어 정부 정책방향과 규제는 핵심 변수로 손꼽힌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기업분석실장은 “명분상 공정거래법 개정이 완료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K텔레콤 통신사업 분리에 반대의견을 피력하지 않아야 성공적인 전환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간지주사 재편 밑그림을 완성한 이후에는 정부를 설득하는 일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