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1개 밴(VAN)사, 롯데카드 대상 불공정계약 소송 착수

[단독]11개 밴(VAN)사, 롯데카드 대상 불공정계약 소송 착수

정부 카드수수료 인하 여파로 신용카드 시장에 결국 사달이 났다. 30년 사업 파트너로 협력 관계를 이어 온 밴 업계가 카드사 대상으로 법률 소송을 제기한다. 국내 11개 밴사가 롯데카드를 불공정계약 혐의로 법률 대응에 공동 착수했다.

20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신용카드밴협회 소속 11개 밴사는 법무법인 충정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고 이르면 이달 안에 롯데카드를 대상으로 '불공정계약'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방안도 검토한다.

최근 롯데카드는 밴사에 전체 가맹점의 50%를 직매입(EDC) 방식으로 변경하고, 이후 100% 전환하겠다고 통보했다.

밴사들은 사전 상의도 없이 기존 대행업무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EDC 방식이 도입되면 카드사의 결제승인·전표매입 대행 업무가 사라지게 돼 결제 건당 14~17원의 대행수수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

밴사 관계자는 “카드수수료 인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롯데카드가 비용 절감 명분으로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면서 “이는 명백한 계약 위반이자 불공정계약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밴 대행업무는 크게 가맹점 모집, 거래 승인, 매입업무·가맹점 관리로 나뉜다. 이 가운데 매입 업무와 가맹점 관리 업무가 핵심이다. 이를 카드사가 직접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럴 경우 밴사는 전체 대행 수수료의 70% 이상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특히 밴사는 대부분 관행상 롯데카드와 이면계약을 체결해 왔다고 주장했다.

거래승인 대행료 계약을 대표로 체결하면서 전표매입 대행비 등은 서비스 가격으로 제공하는 식이다. 그런데 주계약인 거래승인 대행료 계약을 파기하면 원가 이하로 제공해 온 서비스만 남게 되는 셈이다. 책은 사지 않고 부록만 달라는 꼴이다.

이번 롯데카드 계약 변경의 불똥은 밴 대리점 피해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정부가 무서명거래를 도입하면서 데이터캡처 위탁업무를 담당해 온 수만개 밴 대리점이 수수료가 없어지면서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 중재로 카드사와 밴사가 밴 대리점에 각각 18원, 12원을 보전해 주는 협약을 맺었다.

12원 보조가 가능한 건 매입 대행료 수익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카드가 이를 없애면 밴사가 담당한 보조금 지원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카드사의 EDC 방식 전환 논란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에 이어 하나카드도 EDC 방식으로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밴사와의 DESC(매입청구·전표수거대행)계약서에는 매입청구 대행 업무는 언제든지 전표수거대행 업무와 분리 시행할 수 있도록 명기돼 있다”며 “상생을 위해 지난해부터 단계별 적용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약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또 “EDC 100% 확대도 사실과 다르며, 무서명 거래 협약 또한 파기할 생각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보다 앞서 시스템을 변경한 신한카드는 전체 매입 방식 가운데 일부만 EDC로의 변경을 밴사와 합의했다.

[표]신용카드 승인·매입 방식 비교(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단독]11개 밴(VAN)사, 롯데카드 대상 불공정계약 소송 착수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