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탈원전 정책, 국민투표해야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세계 각국 원전정책을 재고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후 탈원전을 선택한 국가는 극히 소수다. 그 결정과정은 민주적이었다. 유럽에서는 독일, 스위스만이 원전 폐지를 공론화와 국회 입법, 국민투표(스위스)로 결정했다.

[월요논단]탈원전 정책, 국민투표해야

이탈리아는 탈원전 국가다. 1986년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국회 입법과 국민투표를 통해 원전 4기를 모두 폐쇄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와는 무관하다. 원전 7기를 운영 중인 벨기에도 후쿠시마 이전에 국회 입법을 통해 단계적 폐지를 결정했다.

반면 유럽에서도 원자로 발전 비중이 높은 헝가리, 슬로바키아와 기후변화에 민감한 핀란드 등은 원자력 유지·확대를 원한다. 특히 영국은 석탄발전 폐쇄를 결정하면서 2035년까지 원자력 발전량을 15.6GW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것은 2017년 원자력 발전량 8.9GW보다 두 배 가까운 발전량이다.

아시아를 살펴보자. 대만은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탈원전에 나섰다. 블랙아웃에 직면하자 지난해 11월 국민투표로 이 조항을 폐기했다.

일본만 법률이 아닌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총리가 나서 원전을 모두 가동 중단했다. 2030년까지 '원전 가동 제로(zero)'를 선언했다. 그러나 일본의 탈원전 선언은 원전이 무참하게 폭발한 시점에서 다급하게 이뤄진 것이다. 일본은 지난해 7월 '원전제로' 선언을 포기하고 2030년까지 후쿠시마 사고 이전 수준인 20~22%로 끌어올리겠다는 정부 계획을 수립했다.

최근 세계 에너지정책 포커스가 원전 안전성에서 기후변화로 이동하면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는 “2100년까지 지구온도 상승 폭을 2도에서 1.5도로 제한하려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내용의 '1.5도 특별보고서'를 채택했다.

이후 미국 내 환경단체 국제자연보호협회와 참여과학자연합은 지난해 말부터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의 폐쇄를 막고 발전량을 늘려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또 한때 원전에 반대하던 환경운동가가 “기후변화보다는 원전이 낫다”며 원전 찬성으로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원에 대한 선택은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 국가안보, 경제, 국민생활, 전기 공급 안정성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세계 각국은 탈원전에 신중했고 탈원전을 선택하더라도 공통적으로 공론화 과정과 국회 입법,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 의사를 확인했다. 이에 더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현안으로 급부상하면서 대다수 국가가 원전이 포함된 균형 잡힌 에너지원 확보에 고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탈원전을 결정했다. 공론화 과정과 국회 입법, 국민투표 모두 결여됐다. 민주적 정당성이 부족하고 제도화되지 못한 우리 탈원전 정책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비판이 지속된다.

특히 원전 대신에 천연가스와 석탄발전이 늘어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크다. 지금이라도 탈원전 정책을 국민투표에 회부, 국민이 스스로 에너지원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홍일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자유한국당 의원) 2008hip@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