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차전지 수출 '사상 최대'…해외 생산 확대로 동력 약화 우려

SK이노베이션 서산 공장에서 배터리 셀을 생산하는 모습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서산 공장에서 배터리 셀을 생산하는 모습 (사진=SK이노베이션)

지난해 한국 이차전지 수출액이 스마트 기기와 전기자동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확대에 힘입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한국 배터리 제조사는 협소한 내수 시장보다 해외에 공장을 늘려 향후 수출 확대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전자신문이 관세청이 집계한 수출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차전지 수출액은 62억7449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전년(53억7092만달러)보다 16.8% 증가하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최대 수출 품목은 리튬이온전지(59.4%), 피스톤식엔진시동용 납축전지(30.0%), 리튬폴리머전지(10.6%) 순으로 리튬이온 이차전지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주요 수출 국가는 미국, 독일, 중국 순이었다. 미국과 독일 수출이 증가했다. 환경 규제와 친환경차 보급 확대로 현지 완성차 업체 배터리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G화학은 GM, 포드, 아우디, 르노 등 미국과 유럽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삼성SDI는 BMW, 피아트크라이슬러, 폭스바겐 등에 SK이노베이션은 다임러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반면에 대중국 수출은 감소 추세다. 중국은 2004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의 이차전지 최대 수출국이었지만 2017년부터 비중이 낮아졌다. 최근 중국 내 배터리 생산 공장이 늘어나고 보조금 차별로 한국산 리튬이온 배터리 수입 비중이 낮아진 탓으로 풀이된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전기차와 ESS 수요가 늘면서 품질이 높은 한국산 이차전지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배터리 업체가 전기차 시장과 완성차 업체가 인접한 유럽, 미국, 중국에 현지 공장을 세우고 있어 향후 수출 동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LG화학은 오창, 삼성SDI는 울산, SK이노베이션은 서산에 국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기존 공장 증설 외에 대규모 투자는 거의 없다. 투자는 해외에 집중되고 있다. LG화학은 중국 난징에만 2개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을 마련했고 폴란드, 미국에 생산기지가 있다. 삼성SDI는 중국 시안과 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운영한다. SK이노베이션도 헝가리와 미국, 중국 공장 증설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가 해외 생산거점에 투자를 집중하다보니 산업 통계 핵심 요소인 수출 실적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부품이나 소재가 해외 공장으로 수출되기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간접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업계는 협소한 전기차 내수시장으로 인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고 이는 국내 일자리 감소와 생태계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유럽과 중국 등은 전기차 시장 활성화와 배터리 주도권 확보를 위해 많은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국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전기차 생태계 발전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