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LCD 스마트폰 전략 '동상이몽'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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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올해 스마트폰 갤럭시A 시리즈 2종에 액정표시장치(LCD) 사양을 처음 적용한다. 애플은 당초 단종이 예상된 LCD 모델을 올해 1종 더 내놓기로 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밀려 사양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 LCD 스마트폰이 여전히 건재한 셈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애플이 LCD 모델을 출시하는 배경은 상반된다. 삼성전자는 중저가 시장 공략 확대를 위해서지만 애플은 지난해 LCD 부품 재고 소진과 시장점유율 방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삼성은 LCD 모델 확대, 애플은 점진적 축소에 각각 방점을 찍었다.

◇삼성, LCD로 중저가 시장 확대 '사활'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선보일 갤럭시A 시리즈에 LCD 2종을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갤럭시A10과 갤럭시A60에 LCD를 적용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갤럭시A 시리즈에 OLED 디스플레이만 적용했다.

삼성전자가 2개 모델에 적용하면 LCD 구매량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갤럭시A10 물량만 월 250만~300만대로 추정하고 있다. LCD는 중국 BOE와 차이나스타에서 공급한다. 터치 디스플레이 구동 드라이버를 칩 하나에 통합하는 'TDDI' 기술을 적용한다.

삼성전자가 갤럭시A 시리즈에 LCD 모델을 도입하는 것은 중저가폰 시장에서 대응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갤럭시A 시리즈를 이원화해 고객층을 더욱 넓히겠다는 것이다.

LCD를 도입하면 기존 갤럭시A 시리즈보다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중국이나 인도 등 중저가폰 시장에서 점유율 경쟁을 유리하게 펼칠 수 있다. 그동안 세계 중저가폰 시장은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계 제조사가 낮은 가격을 앞세워 점유율을 확대해 왔다.

삼성전자는 갤럭시A9에 세계 최초로 쿼드카메라를 탑재한 것처럼 신기능을 선탑재하는 전략도 함께 펼치며 더욱 폭넓은 고객을 공략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LCD 비중은 OLED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갤럭시A 시리즈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볍지 않다”면서 “디스플레이를 이원화하는 고객 확대 전략은 지난해 중저가 모델 개발 총괄을 맡은 박길재 삼성전자 부사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모델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애플, LCD 재고 소진 위해 LCD 모델 또 출시

아이폰XR (사진=전자신문DB)
<아이폰XR (사진=전자신문DB)>

삼성전자에 비해 애플의 LCD 전략은 대체로 소극적인 분위기다.

애플은 당초 올 하반기에 OLED 3종 신모델만 출시키로 내부 방침을 정했지만 최근 이 계획을 변경, 올해도 LCD 신모델 1종을 출시하기로 했다. 애플은 지난해 하반기 LCD 신모델 1종 ⅩR(텐아르)와 OLED 2종을 출시했다. 올해 LCD 모델을 없애고 OLED 3종을 출시하기로 했다가 협력사와의 계약 조건, 시장 점유율 유지 등 문제 때문에 LCD 1종을 유지키로 했다.

애플 아이폰ⅩR는 하반기 신모델 가운데 보급형 LCD 모델에 속했지만 가격대가 다소 높은 데 비해 차별화 포인트가 별로 없어 기대 이하 성적에 그쳤다. 특히 중국 판매 저조로 애플 전체 실적에서 타격을 받았다.

애플 소식에 정통한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애플은 LCD 패널 주 공급사인 일본 재팬디스플레이(JDI)와의 계약 문제 때문에 LCD 모델을 유지키로 했다. JDI는 아이폰ⅩR 물량의 70~80% 이상을 담당한 제1 공급사다. 아이폰ⅩR 성적 저조로 애플이 부품 주문량을 줄이면서 JDI 실적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JDI는 오는 3월에 마감하는 2018년 연간 실적 추정치를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5월에 발표한 2018년 예상 연간 실적은 전년 대비 연결 순매출 10~20%, 영업이익률 2~3% 성장이었다. 이를 각각 5~15%, 1~2%로 낮춰 잡았다.

JDI는 지난해에도 실적이 부진했다. 2016년 실적(2017년 3월 마감)은 매출 8844억4000만엔(약 9조756억만원), 영업이익 185억200만엔(1899억원)이었지만 2017년(2018년 3월 마감)은 영업손실이 617억4900만엔(6333억원) 발생해 적자 전환을 했다. 매출은 7175억2200만엔(7조3514억원)에 그쳤다. 운영마진도 2.1%에서 〃8.6%로 떨어졌다.

2018년 상반기(4~9월)에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2.7% 감소하고 영업 손실이 144억7500만엔(1484억원) 발생했다.

애플은 JDI로부터 일정 규모의 아이폰ⅩR 물량을 공급받기로 합의했지만 판매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부품 주문량을 줄였다. JDI와 맺은 계약 조건을 충족시키고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일정 수준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올해도 LCD 1종 신제품을 유지하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내부에서는 OLED 아이폰 차별성과 고가 정책을 긍정 평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려면 보급형 LCD 모델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게다가 JDI가 주문량 감소로 가뜩이나 안 좋은 실적이 더 나빠질 위기에 몰리자 어쩔 수 없이 LCD 모델을 유지하게 됐다”고 전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