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우리나라에 ILO 핵심협약 비준 이행 압박...분쟁절차 돌입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시 약속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놓고 양측 정부간 협의가 시작됐다. 정부간 협의는 분쟁해결 절차의 1단계다. 우리 정부는 ILO 핵심협약의 조속한 비준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EU 측은 FTA 체결 후 8년 동안 진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GS네트웍스 고양센터 학습근로자.
GS네트웍스 고양센터 학습근로자.

고용노동부는 21일 서울 코트야드 매리어트 호텔에서 정부 대표단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대표단이 '한-유럽연합 정부간 협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협의는 지난달 17일 유럽연합이 우리나라에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장(노동·환경)'의 분쟁해결절차인 정부간 협의 절차를 공식 요청해 이뤄졌다.

유럽연합은 “한국이 한-EU FTA상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라며 정부가 협의 절차를 요청했다.

해당 노동 관련 의무는 △1998년 국제노동기구 기본권 선언의 원칙 실현(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강제노동금지, 아동노동근절, 고용상 차별금지)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과 그외 최신 협약 비준을 위한 계속적이고 지속적인 노력 등이다.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 분쟁해결절차는 △정부간 협의(서면, 회의 등)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가 패널 소집 △패널 보고서(권고 또는 조언)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정부간 협의 후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경우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위원회 소집에 들어간다. 위원회에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전문가 패널 소집, 전문가 패널 권고 등을 담은 보고서 채택으로 이어진다.

전문가 패널 보고서가 채택되면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위원회가 이행 사항을 점검한다. 권고 사항을 이행하지 않아도 특혜 관세 철폐와 금전적 배상 의무 등 경제 제재가 따르지는 않지만, EU가 이를 토대로 계속 압박을 높이면 국가 위상 실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날 협의에는 김대환 고용부 국제협력관을 우리 측 수석대표로 해 양측에서 20여명의 정부관계자가 참석했다.

김대환 협력관은 “한국과 유럽연합간 자유무역협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의 조속한 비준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그간 진행된 관계부처 협의 및 전문가 의견 수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 사항 등을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국정과제로 내걸었고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는 지난해 7월 발족해 ILO 핵심협약 비준과 국내 노동관계법 개정을 위한 사회적 대화에 착수했다. 개선위원회는 같은 해 11월에는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을 포함한 공익위원 권고안을 발표하고 노·사간 입장차를 좁히는 논의를 진행 중이다.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유럽연합대표부 대사는 “한국 정부가 자유무역협정에 포함된 노동권에 관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취한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라며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지 8년째에 접어드는 이제는 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 대표단은 정부간 협의에 이어 22일 경사노위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한국노총·민주노총, 한국경총·대한상의 등과 간담회를 개최해 ILO 핵심협약 비준을 둘러싼 주요 쟁점에 대한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