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친환경 자동차가 더 많이 달리려면

조명래 환경부 장관.
조명래 환경부 장관.

세상은 빠르게 변화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흔치 않던 전기차를 이제 도로에서 쉽게 만나곤 한다. 짧은 주행 거리와 부족한 충전소 때문에 망설이던 소비자도 향상된 주행 거리, 늘고 있는 충전소와 각종 지원에 힘입어 구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7년까지 2만5000대이던 전기차는 지난해에만 3만2000대가 새로 등록했다.

또 다른 친환경 자동차인 수소차의 전망도 밝다. 지난 17일 정부는 수소차와 연료전지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목표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2030년까지 수소차 누적 생산량 180만대를 돌파한다. 지난해까지 판매된 수소차가 889대인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아낌없는 지원이 계속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친환경 자동차는 세계 추세다. 많은 국가가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 계획을 발표하고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뛰어들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내뿜는 배출가스로 인한 대기오염 및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정도 다르지 않다. 수도권 지역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가운데 약 30%가 경유차 등 자동차 배출가스가 원인이고,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10% 이상이 수송 부문에서 배출되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밝은 전망에도 아직까지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 규모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매년 신규로 판매되는 차량 가운데 전기차와 수소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1.7%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초기 단계에 있는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키우는데 정부 보조금 지원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수소차를 연 10만대 양산 체제를 갖추는 2025년이 되면 반값 공급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만큼 시장은 규모가 중요하다. 문제는 보조금 정책의 지속 가능성이다.

정부가 최근 2022년 목표로 내세운 전기차 43만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2배 정도 판매량이 늘어나야 한다. 장기 계획으로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차나 수소차로 완전히 대체하기 위해서는 보조금 지원 중심 보급 정책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 현재 정책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올해 6800억원인 친환경 자동차 보조금 예산은 매년 기하급수로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는 보조금 지원 외에도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 사례로 전체 차량 판매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전기차나 수소차로 판매하도록 하는 배출가스 무배출자동차 의무판매제가 있다.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시행된 이래 현재 미국 10개 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중국은 신에너지 자동차 의무생산제도를 올해부터 전국에 실시한다. 자동차 생산·판매량의 10%를 신에너지 자동차로 생산·판매해야 한다. 이 밖에도 여러 국가에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금지 정책, 저탄소차협력금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까지 '내연기관자동차 판매금지법' '친환경자동차 의무판매제법' 등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을 위한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 그러나 깊이 있는 논의가 부족하다. 더 늦기 전에 이런 제도 도입에 사회 논의와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 제도 도입 과정은 자동차 업계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의무판매제 도입이 테슬라와 같은 혁신 기업 탄생으로 이어졌다.

친환경 자동차 보급정책 개선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석탄으로 움직이는 전기차'라는 말처럼 친환경 자동차 에너지원을 청정에너지로 공급하는 문제, 경쟁력 있는 자동차 원천 기술 확보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 지원이 필요한 이유이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적극 관심과 참여를 당부한다. 소비자 없는 시장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구를 생각하는 친환경 소비 의식 확산이야말로 친환경 자동차 시장의 중요한 성공 조건이다. 더 많은 친환경 자동차가 달리기를 기대해 본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mrcho@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