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QR코드 전성시대...금융 혁신 대안인가

[이슈분석]QR코드 전성시대...금융 혁신 대안인가

QR코드 결제가 보급되기 시작한 2014년 3월, 중국인민은행은 안전성을 이유로 오프라인 QR코드 결제 업무를 일시 정지시킨 일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는 QR코드 결제의 발전을 저지하기는커녕 새로운 '수동적 읽기 방식'을 등장시켰다.

이용자 단말기에 1분마다 갱신되는 형태로 QR코드가 표시돼 이를 점포 QR코드 리더가 읽어 들인다. 이를 통해 안전성이 크게 향상돼 능동적 읽기(고객의 스마트폰이 점포가 표시하는 QR코드를 읽는 방식)에서 불법 URL 유도나 불법 프로그램 다운로드 등 리스크 방지로 이어졌다.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의 1등 공신은 바로 QR코드 결제다.

QR코드 결제란 스마트폰이 흑백의 2차원 바코드를 읽어 들여 거래정보를 식별하고 온라인에 접속해 결제를 완료하는 것을 말한다. QR코드 결제는 과거 2년간 중국인의 결제 습관을 변화시켰으며 앞으로도 계속 변화시켜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지갑과 현금카드를 지니지 않고도 스마트폰만 있다면 QR코드를 읽는 것만으로 결제를 마칠 수 있다. 노점, 슈퍼마켓, 택시, 백화점, 병원까지 QR코드 결제는 모든 생활 영역에 보급됐다. 인터넷 발전이 앞서 있는 도시에서는 지갑 없이 외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 같은 QR유행이 한국에도 상륙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모바일결제는 소비자가 스마트폰 등 모바일단말을 통해 디지털화된 정보를 송신해 구입한 상품이나 서비스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온라인 거래가 발전하고 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하게 됐다. 모바일 결제는 곧 새로운 유통 플랫폼의 주도권을 의미한다. 다양한 결제 기술과 모델을 가진 사업자들이 치열하게 점유율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핀테크 산업 육성 한 분야로 모바일 지불결제 시장이 꼽힌다. 최근 정부 주도 제로페이 사업이 시작됐고, 카드사와 대형 ICT기업이 이른바 QR경쟁을 본격화했다. 그렇다고 QR결제가 모바일결제 핵심이 될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크게 근거리무선통신(NFC)과 QR진영이 나뉘어지면서 전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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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NFC 실패, QR로 갈아타기 '본격화'

중소벤처기업부, 서울시, 각 지자체 등이 제로페이 본사업을 시작했다. 소상공인 결제 수수료 제로라는 선언적 의미 외에도 모바일 결제를 QR로 대중화하겠다는 전략이 담겼다. 초기 인프라 취약과 여러 문제점을 안고 출발한 제로페이가 올해 대형 사업자들이 참여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KT, 카카오페이, 11번가 등 대형 고객군을 움직일 수 있는 기업이 QR결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정부도 QR결제에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40% 소득공제 외에도 신용공여기능 탑재 추진, 정부가 운영하는 여러 공공재에 제로페이를 결합시켜 파격적인 할인혜택을 준다.

소비자 이용이 아직 저조하지만 대형 사업자 참여와 각종 인센티브 체계가 맞닿아 돌아가면 기존 신용카드 시장을 뒤흔드는 촉매가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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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신용카드 업계 맞불, 저축은행 가세

제로페이 핵심은 신용카드 수수료를 없애자는 것이다. 카드수수료 인하로 직격탄을 맞은 신용카드사는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도 제외되는 벼랑끝 상황으로 내몰렸다. 결국 무한 경쟁을 벌이던 카드사가 또 다른 QR진영을 형성했다. 롯데카드와 신한카드, 비씨카드가 공동 QR페이를 내놓았다. 사실상 정부 제로페이와 격전을 예고했다.

앱투앱 형태로 카드사가 보유한 가맹점을 서로 연동할 수 있고 기존 카드 혜택을 그대로 준다는 점에서 제로페이 대비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에 더해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국민카드도 카드공동 QR페이 합류를 준비 중이다.

이는 의미가 크다. 국내 결제 습관을 움직이는 카드사가 NFC 대신 QR진영을 택한 것이다. 앞서 카드사는 저스터치라는 NFC서비스를 공동으로 상용화했지만 인프라 투자금에 이견이 발생하며 사실상 사업 자체가 실기됐다. 2019년 이들 카드사가 QR로 또다시 의기투합했다. 큰 인프라 비용이 필요 없는 QR결제를 카드사가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업계도 비씨카드와 손잡고 QR결제를 도입했다.

앞서 저축은행중앙회는 48곳 저축은행과 체크카드에 한해서 지난 16일부터 QR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금융권에서 모바일 결제수단 방식이 다변화하고, 신규결제 방식인 QR결제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저축은행 역시 고객 결제 편의성 제고를 위해 QR결제를 도입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방식도 고객이 스마트폰 앱으로 QR코드를 생성하면 가맹점이 스캐너를 통해 인식하는 CPM 방식과 고객이 가맹점 QR코드를 인식해 결제하는 MPM 방식 모두 지원해 편의성을 높였다.

현재 GS25, 이마트24, 다이소 등 15개 생활밀착 브랜드에서 사용이 가능하며 저축은행중앙회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QR결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저축은행 수를 확대할 계획이다.

◇QR결제, 한국에서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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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성공 여부는 단언하긴 이르다. 많은 사업자가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소비자 결제 습관을 바꿀 수 있을 파괴력이 있는지는 조금 더 두고 볼 일이다. 결제 부문 전문가는 신용카드 시장이 발달한 한국에서 QR결제에 대한 확장은 힘들 것이라는 부정 의견이 우세하다.

애플, 구글, 유니온페이, 비자카드 등 글로벌 기업이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근거리무선통신(NFC) 인프라를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오프라인 시장에서 QR코드 방식은 편의성, 보안성, 범용성 측면에서 다소 문제가 있다”며 “QR코드 방식은 신용카드 네트워크가 발달하지 않은 아프리카나 중국에서 차선책으로 나온 결제서비스”라고 지적했다.

윤 위원은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내년까지 모든 결제단말기에 비접촉결제(NFC) 기능을 탑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한국도 이 같은 흐름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조속히 인프라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