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R&D 일몰 위기…17년 키운 기술 경쟁력 상실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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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가 바이오나노과 명칭에서 '나노'를 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부는 2020년 이후 나노기술 제품화 연구개발(R&D) 예산 확보에도 애로를 겪고 있다. 나노 분야가 정부 주무부처 정책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셈이다.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이 홀대받으면서 대한민국 미래 기술경쟁력이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이르면 이달 말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바이오나노과 부서 명칭에서 '나노'를 떼고 관련 업무를 다른 부서로 이관할 것으로 전해졌다. 나노 관련 업무는 팀 체제로 독립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부서 명칭이 주는 상징성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산업부가 신규 R&D 과제로 추진하던 '나노융합 혁신제품 3050 사업'도 지난해 말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예산 공백도 우려된다. 당초 산업부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나노융합 혁신제품 개발에 약 3500억원을 투자해 2030년 매출 5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였다. 단순 소재 개발이 아닌 시장 수요와 수요기업 요구사항을 반영한 제품 사업화를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산업부는 사업을 재정비해 다시 기술성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R&D 사업 일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과제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돼 과제를 시작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당장 내년 신규 R&D 예산 공백이 불가피하다.

산업부와 함께 나노 주무부처 중 하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신청한 나노 미래 소재 원천기술개발사업(나노CORE)은 지난해 말 기술성평가를 통과했다. 10여년에 걸쳐 약 4600억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예타를 통과하면 나노·소재 분야 기술개발지원을 이어갈 수 있다.

나노기술은 특정 물질을 나노미터(10억분의 1m)급에서 정밀 제어하는 기술을 말한다. 물질을 수십나노미터 크기로 쪼개면 독특한 특성이 생기기 때문에 기존 소재 한계를 극복한 다양한 기능성 소재를 개발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증강현실(AR), 3D프린팅, 배터리, 우주·항공, 자동차 등 차세대 산업 분야에서 요구되는 기능성 소재를 구현하려면 나노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2002년 나노기술개발촉진법을 시작으로 국가 차원의 나노기술 육성 노력을 통해 세계 4위권 나노 강국이 됐다. 업계에서는 누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제품화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시점에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 동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나노기술은 다양한 산업 분야와 만나서 '혁신 스파크'를 일으키는 기반 기술로 이제 지난 17년간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20~30년 이후 우리나라 주력 산업을 내다보고 미래의 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며 “제대로된 정책과 조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