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입은 K-바이오, 경쟁력 확보 시동

피씨엘 연구진이 진단키트를 이용해 질병 진단을 연구하고 있다.(자료: 전자신문)
피씨엘 연구진이 진단키트를 이용해 질병 진단을 연구하고 있다.(자료: 전자신문)

반도체 기술을 입은 한국 바이오업계가 새 경쟁력을 확보한다. 체외진단, 웨어러블 기기 등 유망 바이오헬스 분야에 반도체 기술이 접목, 고성능 경량 솔루션으로 진화한다.

바이오 업계는 최근 동반진단, 생체신호 분석, 생체 이미징 등 영역에서 반도체 기술 접목에 한창이다. 반도체 기업까지 바이오를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새 성장 동력 찾기에 나섰다.

바이오산업에 반도체 기술 융합이 가장 활발한 곳은 체외진단 의료기기다. 나노엔텍은 초소형정밀기계기술(MEMS)을 바이오에 접목했다. 초소형 정밀 칩을 만들고 미세유체역학을 이용, 바이오 시료를 제어한다. 짧은 시간 내 극미량 시료만으로 생물학적 분석 결과를 도출한다. 이 기술을 활용해 면역진단, 혈액제제분석 등을 현장에서 가능하도록 제품화했다.

동반진단 기업 피씨엘 역시 단백질이나 DNA를 여러 개 좁은 공간에 집적해 진단하는 바이오칩 기술을 개발했다. 화학물질 없이 진단마커를 고정해 민감도, 특이도를 높이는 기술을 구현했다. 다중진단 플랫폼은 물론 고위험군 바이러스 다중진단 시약 등을 수출 중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도 반도체 기술 접목에 집중한다. 대형 검사·진단 장비를 집적화하고 성능을 높인다. 대형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장비를 헬멧 크기로 줄인 오비이랩 '널싯'과 반지형태 심방세동 감지 솔루션인 스카이랩스 '카트'가 대표적이다. 대부분 고해상도 이미징 센싱과 고용량 통신 알고리즘 집적 문제를 반도체 기술로 해결했다.

배현민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CT, MRI 등 대형 의료장비가 B2C 영역으로 이동하면서 집적화, 고성능화 구현 도구로 반도체 기술은 필수”라면서 “바이오와 반도체가 만나면서 진단기기나 웨어러블 기기에 파격적인 혁신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오비이랩 연구진이 초소형 뇌영상 촬영장치를 시연하고 있다.(자료: 전자신문)
오비이랩 연구진이 초소형 뇌영상 촬영장치를 시연하고 있다.(자료: 전자신문)

융합 수요가 커지면서 반도체 업계 바이오 진출도 시도된다. 반도체 부품업체인 제우스는 올해부터 독자 개발한 '바이오용 양자점(퀀텀닷)'을 바탕으로 동반진단 모듈 테스트를 시작한다. 2016년 개발한 이 기술은 사람 머리카락보다 1만배 더 얇은 반도체 결정체다. 질병 진단용 시약에 활용할 경우 기존 유기형광체 대비 광 세기가 최대 100배나 우수하다. 다중 질병 진단을 구현하는 핵심 소재다. 올해 바이오기업, 병원 등과 협업해 체외진단 시 형광소재를 대체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르면 내년부터 동반진단 리더기, 측정 플랫폼 등을 판매한다.

제우스 관계자는 “양자점 효율과 광학 측정 역량을 확보한 만큼 바이오 진단 영역에 접목하면 기존 검출 한계를 뛰어 넘는다”면서 “동반진단에 필요한 모듈을 공급해 새로운 성장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수준 우리나라 반도체 기술이 성장기에 접어든 바이오에 접목되면 파급력은 크다. 정밀화·집적화되는 진단영역과 웨어러블 의료 기기에 반도체 접목을 확대해야 한다. 실제 한국바이오협회와 한국반도체협회는 기업 간 수요를 매칭하고, 기술교류를 위해 협업을 모색한다. 연내 공동 과제를 도출한다. 대량생산이 어려운 점, 수용성 표면처리 기술 확보, 오랜 연구개발(R&D) 등 바이오 특수성을 고려한 연구 전략이 요구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바이오 영역에서 실시간 센싱과 데이터 처리 기술 수요가 높은데, 반도체 기술로 해결 가능한 영역”이라면서 “반도체 업계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바이오 진출 요구가 있는 만큼 적절히 매칭해 융합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