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학기술보좌관은 아직도 공석인데

23일 문재인 대통령은 장관급인 국민경제자문회의 신임 부의장에 이제민 연세대 명예교수를 임명하고 경제과학특별보좌관에 이정동 서울대 교수를 위촉했다고 밝혔다. 경제과학특보는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 신설되는 자리다. 특보 직책은 대통령비서실 직제 제8조에 따른 특별보좌관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대통령비서실 직제에는 '특별보좌관과 자문위원은 해당 분야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에서 대통령이 위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임명 키워드는 혁신 성장과 경제 활력”이라면서 “패러다임 전환기에 새로운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경제과학특보는 경제·과학기술 현안 관련 조언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앞서 위촉한 임종석 아랍에미리트(UAE) 특임 특보,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 등에 비하면 무게감은 덜하지만 당면 현안이 경제인 만큼 의미는 있다. 이정동 특보는 우리 산업의 경고와 조언을 담은 '축적의 시간' 저자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책에서 감명을 받았고, 산업 및 과기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성과 식견 때문이라는 위촉 배경을 설명했다. 경제과학특보가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언해 주기를 기대한다. 문 대통령 또한 고언이라 하더라도 경청해서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특보는 대통령 자문 역할이다. 집행과 결정 권한이 있기보다 대통령을 단순 보좌한다. 공무원이 아닌 민간 신분이기 때문에 역할도 제한된다. 더욱이 청와대 주요 자리는 아직도 이가 빠져 있다. 당장 과기 분야를 책임지는 보좌관 자리는 한 달 가까이 공석 상태에 있다. 여전히 후임자 소식은 감감무소식이며, “찾고 있다”는 무성의한 답변뿐이다. 과기 보좌관은 과기와 4차 산업혁명 업무를 전담한다. 정부가 올해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경제 활력과 성장 동력, 일자리 창출을 위한 주요 정책 라인 가운데 하나다. 보좌관 자리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특보 임명은 앞뒤가 바뀌었다. 주인도 없는데 손님만 들이는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