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회안전망으로서의 국가기술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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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만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김동만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일본이 자랑하는 스시 산업이 저성장 경제에서도 꾸준히 매출을 늘려 가고 있다. 패스트푸드 왕국 미국에도 진출한 일본의 회전초밥 체인점 '구라 스시'는 최신 기술을 활용한 혁신 사례로 꼽힌다. 1997년에 회전초밥 접시의 집적회로(IC) 칩을 이용한 신선도 관리를 시작으로 2010년에는 '초밥 로봇'을 도입, 시간당 3600개 이상 초밥을 만드는 등 제조비용을 대폭 절감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고객이 출입구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메뉴와 물량을 예상한 주문 및 재고 관리로 한 접시에 1000원이 조금 넘는 가격으로 괜찮은 맞춤형 초밥을 즐길 수 있다. 구라 스시는 매년 매출이 10% 성장하고 있다. 저성장 시대는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이 사운을 가르는 핵심임을 입증하는 사례다.

지난해 국내 경제연구소에서 나온 AI에 의한 일자리 위험 진단 보고서에는 앞으로 자동화 가능성이 높은 일자리가 전체 43%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화이트칼라로 일컬어지던 사무직은 전통 업무인 인사, 급여, 근태관리, 복리후생, 교육, 재무, 회계를 넘어 고객서비스 업무까지도 조만간 AI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이런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를 전사 차원으로 도입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RPA는 앞으로 제조업, 유통업 등 전방위에서 기하급수로 늘 것이 분명해 보인다. 앞으로는 전기와 컴퓨터처럼 직장 곳곳에서 AI를 만나게 될 것이다.

과학기술 발달은 기존 직업 수명을 짧게 하고 새로운 직업을 탄생시키고 있다. 지난날 '평생직장은 없고 평생직업만 있다'고 했지만 이제는 그 평생직업마저도 사라지는 시대가 됐다. 전문가도 기존 직무 능력에 우직하게 정체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근면성으로는 잠도 자지 않고 밥도 먹지 않고 게으름도 피우지 않는 AI에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모험을 즐기며 자기만의 혁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창의 업무에 종사하는 인재가 미래 인재상이다.

국가기술자격제도는 그동안 산업화와 정보화 시대를 거치면서 한국의 산업 경쟁력 향상과 함께 진화했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진입에 따른 발 빠른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심의 확정한 제4차 국가기술자격제도 발전 기본계획은 노동 시장에서의 국가기술자격 실효성과 산업 구조 변화에 대비한 유연성 제고 정책에 중점을 두고 마련됐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이런 변화에 발맞춰 올해 로봇, 빅데이터 등과 연관한 자격시험을 신설해 시행한다. 교육과 자격을 한데 묶어 절차를 간소화하고 자격취득비용을 절감하는 '과정평가형 자격', 훈련 및 교육기관에서 개인이 다양한 방식으로 얻은 직무 능력을 인정해 주는 '경력평가형 자격' 등장도 이런 변화의 일환이다.

국가 기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고숙련 기술자 비율을 높이기 위해 기술사 취득자 배출도 늘릴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취득한 국가기술자격을 세계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국가 간 자격 상호 인정 확대와 자격 제도 수출 등도 추진한다.

사회 안전망은 국민을 실업, 빈곤, 재해, 노령, 질병 등 사회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제도 장치다. 개개인이 쌓은 무형 기술을 유형 자격으로 끌어내 사회 가치를 부여하는 국가기술자격제도는 이러한 안전망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기해년이 된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돼 간다. 아직까지도 신년 목표를 정하지 않았다면 올 한 해 나와 가족을 위한 든든한 자격증으로는 무엇이 있는지 잠시 찾아보는 시간을 내길 적극 권해 본다.

김동만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dmkim200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