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 남은 WHO총회... 게임업계, 상의 통해 청와대에 질병코드 등재 의견서 접수

청와대에서 열린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 양 옆으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앉아있다<사진:청와대>
청와대에서 열린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 양 옆으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앉아있다<사진:청와대>

게임업계가 질병코드 등재 반대를 공식화했다. 게임장애 질병 여부를 결정하는 세계보건기구(WHO) 총회는 4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응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국내외 정신의학계는 게임 질병화에 호응하면서 게임계와 대립각을 세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게임산업협회는 대한상공회의소를 통해 청와대에 게임산업이 당면한 문제를 전달했다.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 반대'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온라인 게임 성인 결제 한도 폐지'가 담겼다.

이 가운데 질병코드 등재는 게임산업을 후퇴시킬 가능성이 높은 중대한 사안이다. WHO는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이하 ICD-11)에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하려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ICD-11은 5월 20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결정된다. 게임장애는 과학적 증거와 근거자료가 부족하고, 명백한 데이터가 없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연구할수록 세분되고 분명해져야 하는데 질병으로서 게임 연구는 오히려 퇴보한다고 협회 측은 판단한다. 인터넷중독, 컴퓨터중독과 단어 개념정리도 모호하다.

게임장애는 연구가 부족·부실해 명확한 진단기준 조차 불명확한 상태다. 국내외 가리지 않고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정신의학회는 정신장애진단 및 통계편람(DSM-5)에서 이미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결정한 사항을 과학적 근거없이 중독물질, 질병으로 올리는 것을 검토·추진하고 있다.

게임을 질병으로 보느냐 아니냐는 게임 업계 사활이 걸린 문제다. 통과될 경우 게임업계는 중독 물질을 만든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피할 수 없다. 인재 이탈과 산업위축도 동반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질병코드화가 무산되면 국내 게임업계 종사자 수가 2025년 3만7673명까지 늘지만 질병으로 인정되면 2만8949명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게임 시장 위축 규모는 2023년 379억원, 2024년 1조7019억원, 2025년 3조3659억원으로 나타났다.

게임 중독을 마약·도박과 같은 중독물질로 인정할 경우 규제가 이어질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몇 년 전부터 요구하던 '중독세'를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내국인 카지노 강원랜드처럼 순매출 5~6%를 공익사업비 명목으로 거둬들일 수 있다.

국내 정신의학계는 WHO 방침을 받아들여 게임을 질병코드로 분류하고 관련 법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임장애가 정신질환으로 규정되면 진료비 청구와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게 된다. 새로운 수익원이 생겨나는 셈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WHO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는 4개월여 동안 등재 반대 의견을 전달한다. 미국과 유럽 게임협회가 WHO 반대의견을 전달한 가운데 한국게임산업협회도 내달 1일까지 제네바에서 열리는 WHO집행위원회에 의견을 개진한다. 방어논리 개발을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질병화에 대한 사회적 부작용 방지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통계청 간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정책 및 제도가 도입돼야 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노시보 효과와 병적이득에 대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