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작년 전기차 판매량 120만대 돌파...미·유럽 압도하는 이유는

중국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 120만대를 넘어섰다. 전년에 두 배 격차를 보인 미국·유럽과의 차이는 네 배로 벌어졌다.

'당근(보조금)'과 '채찍(규제)' 카드를 동시에 꺼내든 중국 정부의 강력한 산업·시장 정책이 주효했다. 전통 내연기관차에서 놓친 자동차 시장 기회를 전기차에서 찾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27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전기차(BEV·PHEV)가 125만5000대 팔렸다. 77만대 팔린 2017년보다 61%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36만대가 팔린 미국과 37만대(1~11월) 팔린 유럽보다 약 4배 더 팔렸다. 지난해 중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2.8% 줄어든 것과 비교해도 괄목할 성장세다.

중국의 전기차 수요 폭증은 자국 산업 보호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시장 규제와 보급 정책이 핵심으로 작용했다.

중국 전기차 보조금은 차량 주행 거리에 따라 최소 249만원(150~200㎞)에서 최대 830만원(400㎞ 이상) 지원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된다. 중국은 보조금 지원보다 규제에 무게를 더 두고 친환경차 보급을 진행했다.

자동차 제작사 대상으로 신에너지차(BEV·PHEV·FCEV) 의무생산제도를 도입했다. 여기에 일부 친환경 보호 지역에선 내연기관차 신규 등록을 통제했다.

2018년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북경모터스 배터리전기차(BEV) EU시리즈. 현지 기준으로 한번 충전에 410km를 달리고 가격은 3600만원 수준이다.
2018년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북경모터스 배터리전기차(BEV) EU시리즈. 현지 기준으로 한번 충전에 410km를 달리고 가격은 3600만원 수준이다.

자동차 수요가 많은 선전, 상하이, 베이징 등 주요 대도시는 이미 오래전부터 내연기관차 신차 등록 수는 제한하면서 반대로 전기차 신규 등록을 장려하는 규제책을 썼다.

우리나라보다 보급 전략이 세밀하다. 중국 신에너지자동차(BEV PHEV FCEV) 정책 기관인 '중국 EV 100인회'는 승용차와 도심형 차량에는 배터리전기차(BEV) 위주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을 보급하고 도시 간 물류 수송, 이동 수단인 장거리형 버스 등 상용차로는 수소전기차를 보급한다. 이 같은 시장 정책과 보급 기준이 구체적이다 보니 친환경 자동차 산업이 커지고 있다.

제일기차·동풍기차나 상하이·베이징모터스 등 전통 내연기관차 제조사뿐만 아니라 독일·미국 등 수입차와 현지 업체 간 전기차 합작사가 늘고 있다. 바이톤, NIO, 유니콘 등 글로벌 스타급 전기차를 제작하는 스타트업도 생겨나고 있다. 전기차 스타트업만 150여곳에 이른다.

여기에 중국 내 전기차용 배터리는 자국 기업 주도의 자국 생산 배터리만 보조금 자격을 부여하면서 자국 산업 진흥책을 쓰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2018년 중국에서 두번째로 많이 팔린 BYD 전기차 QiN PHEV.
2018년 중국에서 두번째로 많이 팔린 BYD 전기차 QiN PHEV.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중국은 자동차 산업 후발 주자지만 시장 초기인 전기차 등 신기술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정부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정책 덕에 시장뿐만 아니라 산업 경쟁력까지 크게 성장했다”면서 “물질적 지원 위주의 우리나라 보급 정책도 산업과 친환경, 미래 산업까지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판매가 특정 브랜드에 국한되지 않는 것도 특이점이다.

시장조사업체 EV세일즈블로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베이징모터스 'EC시리즈'로, 9만637대가 팔렸다. 2위는 비야디(BYD) PHEV 모델인 'QIN PHEV'로, 4만7424대 판매를 기록했다. 수입 전기차 가운데는 BMW '530e'가 1만3493대 팔렸지만 전체 순위는 20위권 밖이다. 중국은 지역 기반의 전기차 제작사 중심인 가운데 선전은 비야디, 베이징은 베이징모터스 등이 각각 주도하고 있다. 유명 브랜드 차량보다는 지역 특화업체 차량을 구매하는 이용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