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CES에서 배우는 서울모터쇼의 미래

[ET단상]CES에서 배우는 서울모터쇼의 미래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전시장. 우리에게 익숙한 섬유유연제·비누 등을 생산하는 'P&G'와 화장품·염색약 등으로 유명한 '로레알'이 전시 부스를 꾸려서 손님을 맞고 있다. 이곳은 생활용품 박람회가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전자 부문 전문 전시회인 'CES 2019' 현장이다.

'CES'는 'Consumer Electronics Show'의 줄임말로, 원래는 가전제품이 중심을 이루는 전시회다. 그러나 오늘날 이곳 전시장에는 가전제품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제품과 기술이 즐비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생활용품, 주방용품 등도 사물인터넷(IoT) 등 커넥티드 기술로 '정보기술(IT)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CES에서 주목받고 있는 전시 품목은 '자율주행차'다. 전체 전시 면적 27만㎡ 가운데 자동차 관련 전시 면적이 3.8만㎡(약 14%)를 차지한다. 매회 CES에 참가하는 자동차 브랜드는 언제나 주목 받는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자동차가 IT와의 융합으로 전자 기기가 되어가고, 업계 간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벤츠, BMW, 현대차 등 완성차들이 앞다퉈 구글·IBM 등 전자 기업들과 연합해 신기술을 뽐내기도 한다.

지금은 CES가 가장 잘나가는 행사지만 항상 최고는 아니었다. 2000년대 후반 금융 위기와 더불어 일본의 '소니, 파나소닉 등이 시장에서 도태되면서 혁신 전자제품이 등장하지 못해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이때 주최 측은 과감하게 결단했다. 행사 주최측 명칭을 소비자가전협회(CEA)에서 소비자기술협회(CTA)로 변경하면서 전자(CE) 대신 기술(CT)을 부각시킴으로써 외연을 확장하고 체질을 개선, 돌파구를 마련했다.

그 결단은 CES 부흥을 가져왔다. 하드웨어(HW)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SW)를 통한 혁신을 보여 주는 전시 품목이 급증했다. 특히 완성차나 IT 업체가 보유한 자율주행기술까지 끌어안으면서 CES는 '라스베이거스 모터쇼'라고 불릴 정도로 다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CES 성공과 대비되는 전시회도 있다. 바로 CES와 불과 1주일 시차를 두고 개최되는 '디트로이트 모터쇼'다. 이 모터쇼는 120년 역사를 자랑하며 세계 5대 모터쇼로 인정받아 왔지만 자동차 중심 행사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CES에 고객을 빼앗긴 것도 부족해 개최 시기까지 변경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실 이런 현상은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해당하는 일만이 아니다. 세계 대표 자동차 기업들은 더 이상 모터쇼를 통해 신차를 발표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 국내에서 열리는 '서울모터쇼'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모터쇼는 개최 이후 꾸준히 외연 성장을 이뤘지만 내용면에서는 세계 수준의 모터쇼와 비교하기 어렵다. 완성차 업체들은 연 180만대에 불과한 작은 한국 시장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상하이모토쇼, 베이징모터쇼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기술과 전자 IT를 보유하고 있다. CES에서 선보인 현대·기아차 자율주행 기술, 삼성·LG가 보유한 전장 기술, SK그룹의 배터리, 5G 기술 등의 시너지 효과가 일어난다면 자동차 산업의 대격변기에서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전기차 기술이 더해지면 우리 자동차 산업은 다시 우뚝 설 수 있다.

2019 서울모터쇼는 이러한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 새로운 테마관을 구성, 운영할 계획이다. 수소 등 지속 가능한 신재생 에너지를 통한 환경 친화형의 '지속 가능성(Sustainable)', 무한한 연결이 가능한 지능화된 자동차를 표현하는 '연결성(Connected)', 기존의 이동 수단을 뛰어넘는 새로운 모빌리티 비전인 '이동성(Mobility)' 3개 키워드로 꾸민 전시공간이 바로 그것이다.

CES는 변화를 통해 최고 자리에 올랐다. 새로운 트렌드에 변화를 주저하면 도태된다. 자동차 업계가 내연기관 제조 기업에서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것처럼 서울모터쇼도 완성차와 부품 위주의 '모터쇼'가 아닌 신산업 및 미래 이동 수단을 선보이는 '모빌리티쇼'로 체질을 개선시키려 한다. 서울모터쇼의 변화를 애정 어린 관심으로 지켜봐 주길 바란다.

김홍찬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 khc807@kam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