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사의 디지털보]<2>챗봇의 언캐니밸리(Uncanny Valley)

[강박사의 디지털보]<2>챗봇의 언캐니밸리(Uncanny Valley)

일본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의 논문에 나오는 인간을 어설프게 닮을수록 오히려 불쾌함이 증가한다는 개념이 언캐니밸리(불쾌한 골짜기)다. 이러한 언캐니밸리가 로봇의 외양에만 있다고 볼 수 없다. 외양 없이 인간과 대화가 일어나는 챗봇의 지능이 어색할 경우 단순한 메뉴 방식보다 더 불쾌하거나 불만스러울 수 있다는 말이다.

인공지능(AI)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에서 딥러닝이나 머신러닝 개념은 실로 매력이 넘친다. 스스로 학습해서 지능이 높아진다는 것이 현재의 미진함을 관대하게 이해하게 해 주고, 앞으로의 발전된 지능을 기대하는 쪽으로 가치를 두게 했다. 스스로 실력이 늘어 바둑기사 이세돌을 이기는 알파고의 현실을 목격한 사람들은 기업에 AI와 챗봇을 도입하는 결정을 주저하지 않았다.

학습하는 챗봇이 시간이 흐를수록 고객의 말을 잘 알아듣게 되고 처리 가능한 업무가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서둘러 도입해서 스스로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바둑 천재도 이기고 퀴즈왕도 이기고, 명의보다 암 진단을 잘한다고 하니 반복되는 고객 질의에 대한 상담사의 콜센터 업무는 아주 쉽게 대체될 것이라는 이해가 업계를 지배했다. 초기 챗봇의 미약한 성과는 곧 훌륭한 지능으로 성장할 것이란 희망과 함께 앞 다퉈 도입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도입한 회사나 업계 모두 챗봇 한계를 깨닫고 회의 입장으로 급선회했다. 아직도 동일한 논리로 챗봇을 제안 또는 도입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의도가 있거나 무지한 사람일 것이다. 챗봇은 잠재력이 큰 유용한 채널이다. 다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가능하다.

[강박사의 디지털보]<2>챗봇의 언캐니밸리(Uncanny Valley)

챗봇이 스스로 학습하면서 점점 만족스러운 응대 방법을 찾도록(고객을 잘못 응대해도 참고 기다려 주면서) 허락할 기업과 비즈니스가 세상 어디에 존재할 수 있겠는가. 확실하게 검증된 지능만 작동하도록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업무 처리에 적용될 인공(人工)의 지능은 스스로 학습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공(人供), 즉 인간이 공급해 준 지능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스스로 학습하도록 맡기는 환상보다 현실적인 지능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AI에 끝말잇기 놀이를 하자고 했을 때 “네 제가 먼저 할게요. 산기슭”이라고 답을 한다. 이는 AI가 요구 사항을 이해하는 것은 빠르게 발달하고 있지만 그 요구의 수행은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 준다. '당신이 끝말잇기 놀이를 하고 싶은 건 이해하지만 나는 그 게임을 할 수 없어요'를 '산기슭'이라는 유머 코드로 종결시킨 것이다.

기업에 적용할 챗봇의 경우도 이러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상담사 업무는 고객 요구 사항을 이해하는 부분(인터스탠드; 인터페이스와 언더스탠드의 합성어)과 그 요구를 처리하는 부분(애퍼레이션; 애플리케이션과 오퍼레이션의 합성어)으로 나눌 수 있다. 고객 요구 사항을 처리하는 부분은 예외 없이 상담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의 조회, 입력, 변경 등 작업을 동반한다. 이러한 업무를 챗봇으로 대체할 경우 고객 요구 사항은 이해하지만 처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업무 처리를 위해서는 챗봇이 개별 회사의 기간 시스템과 연동해 데이터의 조회, 입력, 변경 등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도록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 응답에 기반을 둔 어설픈 업무 처리만 가능한 챗봇은 초기의 호기심이 사라지는 순간 급속도로 버려지는 채널로 전락하게 된다. 다소 복잡한 업무를 처리하는 챗봇의 경우라 해도 단순히 화면을 제공해서 처리했을 때보다 더 불편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챗봇의 어설픈 지능에 대한 언캐니밸리가 발생하는 지점이다.

챗봇은 고객 요구를 이해하고 효율 처리를 할 수 있는(화면 제공 방식 포함) 확실한 서비스만 담당하고 나머지는 인간에게 자연스럽게 넘겨지는 필터봇으로 설계해야 한다. 필터링된 분량만큼 생산성이 향상된다. 필터봇에서 인간 상담사로 넘겨지는 과정은 인간 상담사 간 호전환보다 서비스 요청 사항 전달 효율이 높다.

채팅과 챗봇은 로그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 콜센터는 로그인 방식이 아닌 방법으로 고객을 식별하고 인증(주소 확인, 최근 거래 확인, ANI 활용 등…)하는 반면 채팅이나 챗봇 서비스는 로그인을 한 고객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로그인이란 아이디·패스위드 생성을 위해 복잡하고 어려운 회원 가입과 인증 과정을 통과한 고객이란 전제 아래 사용하는 절차다. 그런 과정을 통과해서 로그인할 수 있는 능력의 고객이라면 홈페이지에 있는 디지털 화면을 통해 스스로 서비스를 해결할 수 있다. 그렇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챗봇이나 채팅으로 해결할 수 없거나 효율이 떨어지는 내용일 가능성이 짙다.

ARS에서 기본 서비스 분기가 이뤄진 상태로 상담원 연결이 되는 콜센터는 상담사 수준, 역할별 콜 배분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채팅은 서비스 분기 과정 없이 모든 내용의 문제가 무차별로 할당되기 때문에 숙련된 고급 상담사가 채팅 업무를 담당하는 모순이 발생하기도 한다.

필터봇 개념에는 서비스의 1차 해결과 2차 상담사 연결 시 서비스 분기를 통해 효율 할당을 하는 운영 방법(단순 파트타임, 재택 상담 등)도 포함하고 있다. 카카오톡과 같이 서비스 태생 자체가 고객 식별이 이뤄진 디지털 서비스 분야가 아닌 곳에서 로그인 방식의 챗봇과 채팅을 설계하는 것은 자가당착에 빠지게 될 것이다.

필터봇 개념은 기존의 채팅과 챗봇 한계를 넘어 확연하게 다른 성과를 보여 준다.

다음 편에는 VOC 데이터 분석과 챗봇 지능 향상 대안을 구체화해서 다루겠다.

강태덕 동양네트웍스 대표 ted.kang@tongy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