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고교학점제 도입 어떻게?".. 대입과 교육과정은 어떻게 연계하나

대학이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을 앞두고 신입생 선발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생 성취도를 평가하는 기준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입과 관련된 연구가 부족한 것도 고민이다. 정부와 관련 기관도 학점제를 고등학교에 안착시키기 위한 연구는 하고 있지만, 대학 입시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변화가 예상된다'는 정도의 기초적인 수준이다. 고등학생 교육과정 변화에 따라 대학은 입시뿐만 아니라 대학 저학년 교육과정을 어떻게 연계해 바꿀 것인지도 준비해야 한다. 30일 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회의에서도 고교학점제가 중요한 이슈로 거론됐다.

◇고교학점제, 2025년 전면 도입 목표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 이수하여,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에 고교학점제를 도입한다는 것을 국정운영과제를 통해 밝혔다. 당초 계획보다는 늦어진 2025년 전면 도입이 목표다.

교육부는 지난해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 발표 후 고교학점제 2025년 전면 도입을 위한 상세 일정을 공개했다. 1단계는 '학점제 도입 기반 마련'으로 2021년까지 연구·선도학교 운영을 통해 제도 개선 사항을 발굴하고 지역이나 학교유형에 맞는 다양한 운영 모델을 마련한다.

2단계는 '학점 고교학점제 실행을 위한 교육평가 개선 방안 부분 도입'이다. 2022년에서 2024년까지 학점제로의 전환, 적정 졸업학점 등을 설정하고 이수과목 인정 기준 등을 마련해야 한다. 3단계는 '학점제 본격 시행' 단계다. 선택 과목 재구조화 등 학점제형으로 교육과정을 바꿔 2025학년도 고1부터 적용하는 일정이다.

2025년부터는 모든 과목의 성취도가 대입전형자료로 제공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교육부는 내년에 이러한 일정을 담은 종합 추진 계획을 마련하고 교육과정 일부 개정 고시를 할 예정이다.

고교학점제 준비 단계
고교학점제 준비 단계

◇내신과 대입은 별개? 아니면 밀접?

지난해부터 고교학점제와 관련된 연구가 본격화됐다. 교육부는 연구·선도학교를 지정해 고등학교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시설과 교수학습 방법 등 어떤 점이 변화되어야 하는지를 연구 중이다. 올해는 연구·선도학교를 더 늘린다. 연구학교 101개교, 선도학교 241개교 총 342개교를 운영할 예정이다. 아직 대학입시 연계에 대해서는 본격화하지 않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간한 고교학점제 연구 보고서도 대학입학전형제도는 고교학점제 안정적 시행에 주요한 변수이나 아직 구체적인 논의나 방안을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교육계에서는 고교학점제 내신을 대입과 연계하는 것에 대해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교학점제 교과성적이 대입전형에서 수능성적보다 높은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고교학점제의 성공 안착을 위해 고교 내신을 대입전형자료로 활용하지 않거나 활용하더라도 비중을 매우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은 고교학점제 교과성적을 대입에 상당부분 반영할 경우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고 있다. 학급별로 평가할지 학교전체로 평가할지, 상대평가일지 절대평가일지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회의에서도 한 대학의 입학처장은 절대평가로 도입될 경우 각 학교 관리 수준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의문을 제기했다. 고교학점제 내신이 대입에 수능보다 크게 영향을 미치는 쪽으로 정리돼도 변별력 문제로 또 다른 입시제도가 등장할 가능성이 생긴다.

획일화된 교육과정에서 학생 진로와 적성에 따라 학점을 이수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이 달라지면 대학 저학년 교육 과정도 이와 연계해 바뀌어야 한다. KAIST 등이 도입하고 있는 선이수제 등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 배운 전공을 대학에서는 심화단계로 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대학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고등학교에서부터 다양한 진로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고교학점제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대입뿐 아니라 대학 교육과정과도 연계해야 하는데 대학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연구가 없다”고 지적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