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동결에 한은, 한시름 덜어..."시장 생각보다 완화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첫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했다. 이로써 한국은행도 한시름을 놓을 수 있게 됐다. 그간 국내 경제 성장세 둔화에도 '한·미 금리 차 확대' 때문에 금리인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출근길 기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전자신문DB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출근길 기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전자신문DB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1일 미 연준 결정에 대해 “시장 생각보다 더 완화적 입장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현행 2.25~2.50%로 유지하기로 했다. 2015년 이후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리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동결 결정을 내렸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미국 경제가 침체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 장단기(2년물·10년물) 금리 차가 축소되며 위험 신호가 감지됐다. 1980년 이후 미국은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5번 모두 4~6분기 시차를 두고 침체기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의장은 자산 축소 일정도 조정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하는 속도를 완화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이례적으로 별도 공개한 성명서에서 “양적긴축(대차대조표 정상화) 프로그램을 조정할 수 있다”며 “기존 가이던스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명에서는 '추가적·점진적인 금리 인상'이란 문구를 삭제하고 '인내심(Patient)'이라는 문구를 넣으며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통상 미 연준은 '인내심'이란 문구로 통화정책 완화 신호를 보냈다.2004년 1월 해당 문구를 처음 언급했다. 이후 '인내심'을 삭제한 지 한 달 만인 2004년 6월 금리를 소폭 인상했다. 2014년 12월에도 '인내심' 문구를 넣은 후 2015년 3월 다시 문구를 삭제했다. 이후 2015년 12월부터 단계적인 금리 인상을 추진했다.

이주열 총재는 “눈에 띄는 대목은 연준이 앞으로 금리 인상에 인내심을 갖겠다는 것과 대차대조표 정상화 정책도 경제 상황 변화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는 부분”이라며 “향후 금리 인상 경로에 대한 문구를 삭제한 점도 연준이 이제는 금리 인상에 신중한 자세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금리인상 속도 조절로 한숨 돌렸다는 기색도 내비쳤다. 그는 “(미국 금리인상 속도 완화가)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미 연준 통화정책이 워낙 금융시장에 영향이 크기 때문에 우리(한국은행)도 늘 미 연준 정책을 고려하면서 정책을 폈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은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75%로 동결했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따른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미 연준의 결정으로 그간 한은을 압박하던 한미 금리 역전 폭 확대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시장에서는 제롬 파월 의장이 매파에서 비둘기파로 선회함에 따라 올해 금리 인상 횟수가 당초 3회에서 1~2회로 축소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 성명서에서 금리동결을 시사하는 '인내심'문구를 삽입하며 최소한 상반기 중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시사했다”며 “그동안 금융시장이 요구한 긴축완화를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진단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