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현대차-광주시 광주형 일자리 타결…“20년 만에 경차시장 재진출”

현대자동차가 광주광역시 주도로 추진되는 신규 자동차 생산 합작법인에 주주의 일원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7개월 넘게 끌어온 최종안은 광주시 '노사민정(勞使民政)' 협의회에서 공동결의한 '노사상생발전 협정서' 및 '적정임금 관련 부속 협정서'를 토대로 마련됐다.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본사 (전자신문 DB)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본사 (전자신문 DB)

신설법인은 자본금 약 2800억원 등 총 7000억원 규모로 설립된다. 광주시측이 자본금의 21%인 약 590억원을 출자한 최대주주다. 현대차는 약 530억원을 출자, 19% 지분 투자자로만 참여한다. 현대차는 경영권 없는 비지배 투자자로 참여하며, 투자자 일원으로 경차급 SUV를 신규 개발해 신설법인 생산공장에 생산을 위탁하고 완성차를 공급받기로 했다. 신설법인은 이를 기반으로 향후 다양한 제조사의 차량 위탁 생산을 유치 및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신설법인은 노사로 구성된 '상생노사발전협의회(이하 상생협의회)'에서 제반 근무 환경 및 조건에 대해 상호 성실히 협의하고,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은 신설법인 조기 경영안정 및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누적 생산 35만대 달성 시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신설법인의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실 투자규모 10% 보조금, 취득세 75% 감면, 재산세 5년간 75% 감면 등 대규모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국내 첫 '노사상생형' 일자리 창출모델 완성

광주형 일자리는 단순한 일자리 창출을 넘어 노사민정 대타협을 통한 노사 파트너십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지난해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에서도 드러난 '고임금 저효율' 문제로 지적받은 국내 자동차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국내 투자를 꺼리던 대기업들이 광주형 일자리가 정착되면 국내 투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와 전남 함평 일대 407만㎡ 규모의 빛그린국가산업단지 조감도. (제공=광주광역시)
광주 광산구와 전남 함평 일대 407만㎡ 규모의 빛그린국가산업단지 조감도. (제공=광주광역시)

광주형 일자리는 △적정 임금 △적정 노동시간 △노사책임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 등 '4대 원칙'이 핵심이다. 이에 대한 이견 때문에 '현대차-광주시-노동계'는 7개월 이상 협상을 끌어왔다. 하지만 이번 최종 타결안에 따르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임금은 줄어들지만 현재처럼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일자리를 나누는 것으로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다. 완성차 공장 설립은 이 같은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이자 전국적인 선도모델이다.

광주시는 이번 협상에서 적정 초임 평균 임금을 절반보다 더 낮은 3500만원 안팎으로 설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기아차 평균 연봉은 9000만원대 초반으로, 국내 완성차 5곳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12.3%)은 토요타(5.85%) 2배가 넘는다. 임금 상승률은 경제성장률 등과 연동해 합리적 수준에서 정해진다.

연봉은 낮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여기에 주거·육아·여가생활 등 생활기반과 복지를 더한다. 현재 구상대로라면 대기업 반값 연봉 수준으로 직접 고용 일자리 1000여개가 만들어지고, 간접고용까지 포함하면 1만여개의 '광주형 일자리'를 창출하게 된다.

광주형 일자리는 문재인 정부가 큰 관심을 보여왔다. 청년 실업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반값 연봉과 복지를 결합한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는 절벽으로 추락하는 고용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 광주공장 완공으로 20년 만에 경차 시장 복귀

현대차는 2021년 광주공장이 완공되면 경차급 SUV를 신규 개발해 신설법인에 생산을 위탁, 공급받아 국내에 판매할 계획이다. 2002년 경차 아토스를 단종한 이후 약 20년 만에 국내 경차시장에 복귀하는 것이다. 그간 현대차는 판매 가격 대비 국내 생산 비용이 높아 경형 신차를 내놓지 못했다.

기아차, 2019년형 모닝 (제공=기아자동차)
기아차, 2019년형 모닝 (제공=기아자동차)

현대차가 이번 신설법인 설립에 투자하기로 한 배경에도 경차 시장 복귀가 있었다. 노동자 평균 초임 3500만원이라는 적정임금과 노사상생 생산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광주시 주도 완성차 사업에 참여할 경우 경쟁력 있는 경차의 국내 생산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국내 경차 시장은 16만대 규모로 전체 산업수요의 약 9%(지난 5년 평균)를 점유하고 있는 중요 시장이다. 2012년에는 연간 2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내수 시장의 13%까지 차지한 바 있다. 현재 국내 경차 시장은 기아차, 한국지엠이 양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기아차 8만6063대, 한국지엠 3만9868대 등 12만7429대가 판매됐다.

현대차는 경차 시장 포기로 인해 점유율 확대에 한계에 부딪혔다. 2000년대 초반 50%에 육박하던 현대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2015년 39%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30%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2016년 37.6%, 2017년 38.4%, 2018년 39.8%로 좀처럼 40%대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소형 SUV 코나(KONA) (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 소형 SUV 코나(KONA) (제공=현대차)

현대차는 광주공장에서 코나, 스토닉보다 작은 경형 SUV 'QX1'을 생산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수요가 증가하는 SUV 신차를 개발해 승용차 중심 경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경차 수요를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국산 SUV 시장은 2012년 25만6923대에서 2018년 51만9886대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전체 산업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8.2%에서 33.5%로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SUV의 인기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