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기능요원, 물리학과 포함시켜야

물리학 전공자가 병무청 산업기능요원이 될 수 없다는 결정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중소 소프트웨어(SW) 기업이 물리학 전공자를 보충역인 정보처리 산업기능요원으로 채용하려 했지만 병무청 판단이 지연되고 있다. 병무청은 정보처리 관련 학과 고시에 물리 전공을 명시하지 않은 고용노동부로 책임을 돌렸지만 앞뒤가 맞지 않다. 고용부에서 규정하는 정보처리 관련 학과 지정 기준도 짚어봐야겠지만 충분한 조사와 전문성 없이 자의적으로 판단한 병무청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병무청이 문제 삼은 물리학은 흔히 '공학의 꽃'으로 불린다. 공학 계열 기초 학문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각광받고 있는 인공지능(AI) 분야와 밀접하다. 정보처리와 밀접한 미적분학, 선형대수학, 확률통계 등 과목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SW 분야에서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에너지그리드공학, 바이오공학 전공자는 인정하면서 정작 중요한 컴퓨터공학 관련 전공자를 자격 미달이라고 한다면 현실과 너무 동떨어졌다. 더욱이 고용부가 고시로 규정한 2012년에는 4차 산업혁명 개념도 나오지 않았다. 규정도 산업기능요원이 아닌 국가기술자격 검정시험 응시 자격 목적으로 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엉뚱한 기준에 맞춰 판단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산업기능요원 제도의 취지와도 어긋난다. 제도는 기술 자격이나 면허가 있는 청년을 군 복무 대신 중소기업에 근무토록 하는 병역대체 복무 제도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덜어 주자는 취지다. 군대에 가지 않고 해당 기업체에서 근무하는 병역 특례여서 일부 시비가 있지만 고급 기술 인력이 필요한 중소기업에는 여전히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해 왔다.

충분한 검토 과정 없이 병무청이 물리학을 단순히 고용부 고시에 의존해서 판단한 점은 책임 방기다. 시대에 뒤떨어진 고용부 고시 기준을 하루빨리 개정해야 한다. 병무청도 중소기업과 국가 경쟁력이 도움이 되는 방향에 맞춰 자격 요건을 재정비해야 한다. 물리학과 자격 시비가 해프닝으로 끝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