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 보완에도 갈길 먼 안전·취업대책

정부가 취업률 급락에 따른 대안으로 직업계고 현장실습 제도를 보완했지만 안전·취업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는 갈 길이 멀다. 선도·참여 기업 숫자를 늘리는 데에만 급급한 나머지 실효성 없는 대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장 실습 전 충분한 정보 탐색과 안전 교육·체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말 정부는 1년 전 최대 3개월로 줄였던 현장실습 기간을 최대 한 학기(6개월)로 늘리고 현장실습 선도기업 선정절차를 통합·간소화하는 현장실습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현장실습은 2017년 제주 산업체 현장실습 이민호 군 사망 사건으로 법을 개정하기 전에는 취업률을 높이는 데 역할을 했다. 법 개정으로 규제가 강화되자 참여 기업이 3만1000여개에서 1만2000여개로 줄었다.

정부는 참여 기업 자체가 줄어 현장실습이 줄고, 취업률 저하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보완책은 선도·참여기업에 인센티브를 강화해 참여하는 기업 자체를 늘리는 데 초점을 뒀다.

그러나 학생들은 취업을 준비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간이 짧다고 주장했다. 상반기 채용이 확정됐으나 10월 이후 취업이 가능한 현 제도 때문에 취업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정화여자상업고 석지아 학생은 “10월 이후 취업하려면 면접과 입사 기회가 딱 한번 정도 밖에 없다. 그러니 졸업 이후 구직활동을 하는 학생이 대다수다. 1년 정도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센티브를 주는 것만으로는 현장실습과 취업률을 늘리는 데 효과가 낮다는 의견도 있다. 중소기업은 교육과정이 부실해 현장실습 후 채용을 한다고 해도 결국 인력 이탈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현장실습 참여기업을 늘릴 것이 아니라 학생이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시기부터 우수 기업을 견학하고 체험하면서 적성에 맞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현장실습 후 채용해도 중도 포기하거나 경력자를 선호하는 대기업으로 빠져 나가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학교에서부터 다양한 교육을 받고 자기 적성에 맞는 곳을 골라 취업하면 그런 일이 줄고, 기업도 적극적으로 현장실습에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학생과 동일한 작업장 내 현장전문가를 기업현장교사로 지정해 실무실습을 내실 있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당 등 현실적인 문제로 적극적으로 확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반발이 거세다. 정부가 내놓은 안전대책은 모든 직업계고에 노무사를 배정하고 안전 관련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관리감독을 강화할 대책이 빠져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류상으로 선도기업을 인정하다 보니 지금도 선도기업 실태를 실제로 점검하면 부실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숫자를 늘리는 것은 과거로 회귀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 노무사는 “실제 점검단 활동을 해 보니 고객이 될 기업에 '불승인'을 내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민호 군 사망사고가 났을 때에도 정부는 1년에 3만개 기업을 모두 감독하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부실 기업부터 관리하겠다고 한계를 인정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민호 군이 재직한 업체와 대표·공장장은 벌금과 집행유예 정도의 경미한 처벌을 받았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선도기업이 선도기업이 아니라 안전문제에 무방비 노출된 기업이 있더라는 지적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습중심 현장실습으로 법안을 개정했다”면서 “완벽할 수는 없지만 차차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실습대응회의가 지난 31일 간담회에서 유은혜 부총리에 현장실습 제도 부활에 항의하면서 제도 폐지를 주장했다.
현장실습대응회의가 지난 31일 간담회에서 유은혜 부총리에 현장실습 제도 부활에 항의하면서 제도 폐지를 주장했다.
현장실습대응회의가 지난 31일 간담회에서 유은혜 부총리에 현장실습 제도 부활에 항의하면서 제도 폐지를 주장했다. 사진은 간담회 장을 들어가려는 유은혜 부총리를 가로 막고 대응회의의 한 인사가 항의하는 모습.
현장실습대응회의가 지난 31일 간담회에서 유은혜 부총리에 현장실습 제도 부활에 항의하면서 제도 폐지를 주장했다. 사진은 간담회 장을 들어가려는 유은혜 부총리를 가로 막고 대응회의의 한 인사가 항의하는 모습.
현장실습 보완에도 갈길 먼 안전·취업대책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