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52>어느 고깃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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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이 골목길은 고깃집 천국이다. 연탄불 위에 철판을 올려놓고 고기를 구워 내는 가게들은 이 동네 명물이다. 손님도 많고 경쟁도 만만치 않다. 맛도 맛이지만 비싸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비용을 줄이다 보니 어느새 이 동네에서 고기를 굽고 자르는 건 손님 몫이 됐다.

그런데 한 곳만은 다르다. 직원이 고기를 굽고, 먹기 좋게 잘라 주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곳 주인장에게는 나름대로 논리가 있다. 손님이 서툰 솜씨로 굽고 자르면 자연히 식사 시간이 길어진다. 빨리 먹고 빨리 나가게 해서 새 손님을 받는 게 이 집의 전략이다. 인건비는 더 들지만 테이블당 회전율은 높아진다. 결국 이익은 수익 빼기 비용 아니겠는가.

미국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마틴경영연구소장 로저 마틴에게 경영이란 △만일(if) △그렇다면(then) △그러나(but)라는 세 단어로 구성되는 논리 모형이다. 잘못된 논리 모형이라는 함정에 빠지면 기업은 엉뚱한 방향으로 간다. 반면에 제대로 된 논리 구조는 새로운 기회로 이끈다.

영화제라는 비즈니스를 놓고 따져 보자. 이 비즈니스 논리 구조는 '권위는 관심을 낳고 관심은 성공을 낳는다'라는 것이다. 칸 영화제, 베네치아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가 그러니 다른 신생 영화제야 따져 볼 것도 없다. 이 논리 구조에서 이들은 언제나 손쉬운 승자였다.

그러나 32살에 토론토 영화제를 맡은 젊은 피어스 핸들링의 눈에는 이 논리 모형에 뭔가가 빠져 있었다. 바로 관객이었다. 핸들링은 '관객의 호응은 성공'이란 다른 논리를 세운다. 예술성이나 작품성 대신 관객 투표로 영화를 뽑았다. 그러니 명칭조차 '피플스 초이스상'이라 붙였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TIFF라고 불리는 토론토 영화제에서 호평받는다는 것은 흥행을 담보하는 것이었다. 피플스 초이스상을 받으면 그해 아카데미상 후보 1순위가 됐다.

물론 대중성과 할리우드화 됐다는 비판도 있지만 TIFF는 지금 북미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할리우드 영화의 홍보무대이자 웬만한 스타, 감독, 제작자라면 꼭 참석해야 할 곳이 됐다. 그것도 할리우드에서 무려 4150㎞ 떨어진 캐나다 토론토란 곳에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고깃집 즐비한 골목길에 자리한 조그만 식당의 매출은 정해져 있다. 이 가정이 맞다면 정답은 고객이 직접 고기를 굽고, 연탄도 아껴서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이 가정이 옳다면 다른 대안은 없다. 그러나 다른 논리 모형이 있다면 그제야 다른 해법이 보이기 시작한다. 두꺼운 철판에에 화로 구멍은 활짝 열고, 종업원이 얼른 구워 먹기 좋게 잘라 놓는 게 더 나은 전략이 된다.

조그만 이 동네 식당 사례는 한 가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우리는 대부분 비즈니스 관행과 그 저간의 논리 구조를 의심해 보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사고가 자유로운 어느 고깃집 주인장의 상상력을 가두지 못했고, 그에게는 '회전율'이란 혜안을 선물로 줬다. 마치 TIFF가 기존 영화제와는 다른 논리 모형으로 경쟁했고, 멋지게 성공한 것처럼.

마틴 교수는 이것을 '경영의 숨은 논리'라는 학자다운 표현을 택했다. 그러나 정작 어느 바쁜 목요일 저녁 계산대에 서서 테이블당 회전율을 따지고 있을 한 주인장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이 더 생생한 설명 같아 보인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