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차세대 전력망,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과학산책]차세대 전력망,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지난해 여름 폭염 때 이슈가 된 에너지저장시스템(ESS) 화재가 겨울을 지나는 이때 또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화재 원인으로 ESS 주요 구성품인 리튬이차전지 결함이나 전력변환장치의 졸속 설치 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의견이 분분하다.

명확한 원인이 제시되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실태 조사에 나섰다. 나는 지난해 10월 정부가 실시한 실태 조사에 참가했다. 참여하기 쉽지 않았지만 전지 연구 분야에 평생 몸담아 온 사람으로서 궁금증이 매우 컸다.

전기·안전 분야, 소방·화재 분야, ESS 분야 전문가 3인으로 구성된 실태조사팀은 매뉴얼에 따라 ESS 화재 관련 시설을 살피고 의견을 나누었다. 관련 시설을 살펴보며 처음 받은 인상은 ESS 설치 장소가 대체로 열악하다는 것이었다.

모 대기업은 ESS를 사옥에 설치했지만 위치는 공조설비가 없는 사각지대였다. 채 뜯지 않은 에어컨이 새로 옆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ESS 화재 때문에 급히 공조설비를 설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체로 화재는 온도가 높아지면서 화재 공간 주변 구성 재료 발화점이 넘을 때 발생한다. ESS 화재에 대한 원인 규명 역시 이처럼 단순하지만 근본에서 출발한다. 화재가 일어난 곳 주변을 장식하는 재료에 대한 가열 원인을 살펴서 원인을 밝힐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화재도 막을 수 있다. 그래야 해결책 없이 '전력변환장치가 문제다' 'ESS가 문제다'라는 소모성 논쟁에서 벗어나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협의와 개선을 이룰 수 있다.

ESS 주변 온도 상승 원인은 크게 외부와 내부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외부 요인으로는 태양열과 태양광이 꼽힌다. 태양열은 직접 ESS 설비와 주위 공간을 뜨겁게 한다. 태양광은 케이블선, 각종 PCB 기판, 인터페이스, 기기의 온도를 상승시킨다.

외부 요인에 더해 ESS 내부의 모아지는 전류 세기가 온도의 추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내외 요인에 의해 온도가 상승하면 ESS의 핵심인 배터리 성능에 영향을 미친다. 리튬이차전지 또한 그러한 영향에서 예외일 수 없다.

이에 따라서 전지 발화를 일으키는 복잡한 기구 구성을 파악하는 것보다 먼저 ESS를 구성하는 전력변환장치와 ESS의 평상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화재 예방에 최선의 방법이다.

이에 더해 전체 온도가 유지됨에도 과도한 높은 전류와 전압이 생성되는 경우 국부성 온도 급상승 시 전체 전기 흐름을 차단하는 차단기 설치 및 자동 차단 여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2016년 스마트폰에서 발생한 화재 원인을 정부 기관 감독 아래 규명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해당 기업에서 자발로 진행했듯 이번 ESS 화재도 유사한 방법으로 원인 조사와 규명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섣불리 누군가 또는 무언가를 탓하기에 앞서 조사와 원인 규명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ESS 관련 기업과 종사자가 ESS 화재 원인을 놓고 깊은 생각과 고민을 해야 할 때다. 그리고 이를 통해 ESS 분야의 고비가 될 수도 있는 현 시점을 극복한다면 우리 사회는 친환경 사회로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조원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에너지저장연구단 책임연구원 wonic@kis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