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52>만성병 환자들의 희망 '인타르시아 테라퓨틱스'

13일 현재 315개 유니콘 가운데 약 20개 기업이 의료산업 분야다. 그 가운데 기업 가치 55억달러(약 6조2000억원)로 가치가 가장 높은 바이오제약회사가 '인타르시아 테라퓨틱스'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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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산업이 얼마나 오랜 투자와 인내가 필요한 사업인지는 회사 이력을 보면 알 수 있다. 회사는 1995년에 설립돼 24년 된, 역사가 다소 긴 회사다. 창사 20년이 되어 가던 2014년에야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다.

회사는 만성병 환자 치료에 새로운 희망을 주며 대규모 투자를 받고 있다. 2012년 2억100만달러, 2014년 2억달러, 2015년 2억2500만달러, 2016년 2억9000만달러를 연이어 투자 받았다. 누적 투자금이 '1조원'을 넘는다. 대규모 투자에 성공, 가장 가치 있는 의료 산업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투자 성공 비결은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혁신 투약 방법이다. 회사는 피부 속에 성냥개비만한 투약 펌프를 이식한다. 기구 안에 있는 약이 1년 동안 지속되면서 자동으로 몸에 전달되는 혁신 기술을 개발했다. 임상 시험을 거쳐 곧 양산 준비를 하고 있다.

새로운 방식은 약을 상시 복용해야 하는 만성병 환자에게 크나큰 희망이 되고 있다. 성인 60% 이상이 당뇨병·고혈압·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등 만성병을 앓고 있고, 사망 70%가 만성병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우 의료 비용 86%가 만성병 환자에게서 발생한다. 이들은 매일 한두 번 다량의 약을 시간에 맞춰 챙겨 먹으며 만성병과 싸우고 있다. 회사는 이들 환자에게 1년에 한 번 복부 피부 아래 작은 기구를 이식하는 것으로 약을 잊고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있다. 이는 의료비 혁신 절감과 함께 만성병에 의한 사회 비용을 줄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당뇨병 투약 기구인 'ITCA 650'은 이미 모든 시험을 통과하고 글로벌 임상 시험의 3단계가 진행되면서 양산 준비에 들어갔다.

이러한 기술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세상을 바꿀 것으로 기대한다'며 거론한 여섯 가지 혁신 가운데 하나다. 게이츠가 미래를 바꿀 것이라고 2018년에 기대한 기술에는 아프리카 같은 빈국에서도 잘 상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백신의 저장법, 유전자가위, 유전자 물질을 이용한 새로운 예방 주사제인 mRNA 백신, 약품 전달 혁신 방식 등 네 가지 의료 기술에 인공지능(AI)과 태양전지가 포함된다.

인타르시아 테라퓨틱스가 개발하고 있는 기술은 바로 백신(약)의 새로운 저장법과 공급 방식 두 가지에 해당한다. 인체에 이식한 기구 안의 약품이 1년 내내 같은 체온이 유지되는 속에서도 변질되지 않게 하는 기술이 결합된 혁신 제품이다.

게이츠는 몸에 이식하는 투약 방법 혁신이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예방 수단이 되기를 희망한다.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이 회사의 전략 파트너이기도 하다.

이 기술은 당뇨, 비만, 항체, 신경 관련 질병, HIV 등 다방면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상용이 본격화될 경우 '몸에 심는 약 시대'를 성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타르시아 테라퓨틱스 사례는 혁신 제약 및 의료 기술 개발이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이 드는지를 보여 준다.

[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52>만성병 환자들의 희망 '인타르시아 테라퓨틱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