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차세대 디스플레이 '퍼스트무버' 향하는 중국

중국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핵심 기술로 꼽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추격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세계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대수 1위, 스마트폰용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LCD 1위로 올라선 자신감을 바탕으로 차세대 시장 선점까지 눈독을 들인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패스트 팔로어가 아닌 퍼스트 무버로 올라서겠다는 중장기 목표 아래 신기술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애플 OLED 아이폰 판매가 주춤하고, 중국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플래그십 모델에 LTPS LCD 위주로 채택했지만 여전히 중국 주요 패널사들이 OLED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중소형뿐만 아니라 대형 OLED TV 패널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중국 BOE는 지난해 12월 세 번째 6세대 플렉시블 OLED 공장 B12 건설에 착수한 데 이어 한 달이 채 안 돼 네 번째 공장 B15 투자를 발표했다. B15에 실제 투자를 집행하는지 여부를 지켜봐야 하지만 공식 발표를 감안하면 세계 최대 규모 플렉시블 OLED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비전옥스도 두 번째 6세대 OLED 공장 V3 투자를 확정했다. 당초 투자 발표 후 실제 집행 가능성에 대해 국내 시장에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비전옥스는 투자 발표 후 상당히 빠르게 공장 건설에 착수하며 의문을 해소했다.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 분야에서도 한국 업체와 맞설 준비가 한창이다. 당장은 LG디스플레이가 양산한 화이트OLED(WOLED) 기술을 양산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BOE와 차이나스타가 WOLED를 추후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 후보군으로 삼고 개발하고 있다.

자발광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구현을 목표로 연구개발도 활발하다. 퀀텀닷(QD) 소재 기술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고 잉크젯프린팅 등 관련 공정 기술 완성도가 더 높아져야 하지만 한국 업체보다 앞서 양산하겠다는 목표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BOE와 차이나스타는 자발광 QLED 시제품을 주요 전시회에서 시연하기도 했다. LCD와 OLED 시장은 중국이 패스트 팔로어였지만 자발광 QLED, 마이크로LED 등 차세대 시장을 미리 준비해 퍼스트 무버로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권오경 한양대 석학교수는 “한국이 중국보다 OLED 기술이 수년 앞섰지만 분명히 경각심을 갖고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며 “신규 전문인력 양성, 기존 전문가 재교육, 은퇴 전문가 활용 등 산업 핵심인 인력을 어떻게 확보하고 성장시킬 것인지 기업·대학·정부가 깊이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