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국민에게 수고만 바라서야

[관망경]국민에게 수고만 바라서야

정부가 추진하는 페트병 재활용 등급 기준 개정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 기준은 페트병 라벨이 세척 공정에서 쉽게 떼어져 재활용이 용이한 제품은 '우수', 그렇지 못한 제품은 '어려움' 등급으로 구분한다. 여기에 별도의 공정 없이 소비자가 손으로 떼기 쉬운 것도 우수 등급 기준으로 추가하자는 내용이 논란이다.

정부는 페트병 재활용 과정에서 몸체와 분리하기 쉬운 재질을 쓰고, 선도 역할을 하는 기업에는 인센티브(재활용 분담금 감면)를 주고 있다. 일부 기업은 라벨을 손으로 떼어 내기 쉬운 것도 우수 등급으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기준 개정을 요구했다.

제조사가 애초부터 분리 재활용이 쉽도록 상품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다. 문제는 소비자가 페트병을 버릴 때 라벨을 다 떼어 내고 버려야 실효가 있다는 것이다.

해당 기업은 제품을 팔고 재활용 분담금 감면 인센티브를 받으면 끝이지만 재활용 과정에서 라벨을 떼어 내는 '수고'는 일반 국민이 해야 한다. 인센티브를 받은 제조사가 라벨을 직접 떼어 내야 하는 소비자를 위해 음료를 싸게 판매하지도 않을 것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이미 제품 가격에 재활용 비용까지 포함해 지불하고, 이후 버릴 때도 라벨을 떼어 내야 하는 이중 부담 상황이 벌어진다.

현행 체계는 페트병을 분리 배출하면 재활용 과정은 지방자치단체나 재활용 사업자가 감당해야 한다. 업체가 별도의 세척 공정을 통해 라벨을 분리한다. 그 덕분에 국민은 페트병을 분리 배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페트병 재활용 등급 기준 개정이 효과를 보려면 국민 측면에서의 보완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페트병 분리 배출에 적극 동참해 온 국민에게 이제 라벨도 반드시 떼어 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정부가 앞장서서 보완책을 내놔야 한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