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허용·후규제'…혁신기업, 규제 개혁 10대 과제 발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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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 선봉에 선 국내 대표 단체가 규제 생성 프로세스에 대한 근본 개혁을 요구했다. 대안으로 '선 허용, 후 규제' 원칙을 마련하자고 촉구했다.

혁신단체협의회(이하 혁단협)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창조경제연구회 세 개 단체는 1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규제개혁 10대 과제'를 공동 채택했다. 혁신성장을 가로막는 규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혁단협에는 벤처기업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한국여성벤처협회,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코스닥협회,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등 17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혁단협 공동의장)은 “규제 한 개를 간신히 해결하면 새로운 규제 10개가 만들어진다”며 “근본적 규제 개혁만이 국가위기 돌파, 혁신성장 요체”라고 말했다.

10대 과제에는 혁신성장을 위한 업계 목소리가 담겼다. 먼저 기술개발 예산 1%를 규제개혁 예산으로 써야 한다고 밝혔다. 규제개혁위원회를 공정거래위원회 수준으로 격상하는 등 실질적 규제개혁 당국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 법률주의 확립도 주문했다. 세부 방안으로 위헌 소지가 크고 방만하게 운영되는 하위 행정규정의 법령화를 제시했다. 각종 진흥법 폐기도 요청했다. 시장경제를 왜곡하는 것은 물론 민간 주도 경쟁 환경을 훼손한다는 쓴소리다.

규제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수요자 중심 정보 공개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제언도 했다. 규제 법률 양산 창구로는 국회를 지목했다. 이 같은 행태를 막기 위해 산업·기업 규모별, 규제 총영향평가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지규정 내 포괄적 예외조항을 손봐야 한다는 언급도 나왔다. 혁단협은 '기타, 등, 그 밖의'와 같은 문구가 전체 법령에서 빠지도록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전, 재난 분야에 걸려있는 규제에 대해서는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과학적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 문제를 두고는 갈라파고스 규제를 전면 폐기, 글로벌 생태계에 부합하도록 관련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거티브 규제 적용 분야를 모든 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혁단협은 마지막 안건으로 인공지능(AI) 규제영향평가를 도입하자고 했다. AI를 통해 규제에 따른 비용, 편익을 따져보자는 취지다.

안 회장은 “정부는 혁신 생태계 활성화라는 명확한 정책방향을 갖고 규제개혁과 신산업 발전에 집중하고 있다”며 “각계 전문가와 규제개혁 10대 과제가 정부 정책에 수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행사 전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개혁 현실' 주제 토론회가 열렸다. 혁단협, 한국규제학회,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공동 주최했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이 좌장을 맡았다.

곽노성 한양대 특임교수가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섰다. 그는 “정부가 규제 정보 공개를 기피하고 있다”며 “미국 통합사이트처럼 규제이력을 모두 알 수 있도록 수요자 중심 정보제공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는 “플랫폼 기업을 둘러싼 수많은 규제가 혁신 스타트업 성장을 저해하는 근본 원인”이라며 “국가 규제정책의 근본 변화가 시급하다”고 당부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