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PBS, 이제 출연연이 답해야 한다

정부가 연구과제중심운영제(PBS) 개선과 관련해 예산 동결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서 추진하는 PBS 개선안이 미흡한 것으로 판단, 내년도 예산을 전년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의견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산하기관 예산을 자청해서 동결하기는 극히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부처는 미래 예산을 추산할 때 소관 기관이 요구하는 증가 수요를 반영해서 인상안을 제출한다. 이후 기재부와의 조정 과정을 거쳐 최대한 인상분을 확보하는 게 상식적인 절차다.

정부가 다소 과격한 방법을 취한 데는 출연연 PBS 개선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출연연에 역할·의무(R&R)를 새로 설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미래 수익 구조 포트폴리오를 수립할 것을 주문했지만 대다수 출연연이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5개 출연연 가운데 5개 안팎의 연구기관만 이행하는 등 대다수 기관이 사업 영역을 재설정하지 못했고, 수익 구조 포트폴리오도 수립하지 못했다. 명확한 사업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미리 예산을 가늠해 추산하기가 어렵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PBS는 1996년에 도입한 이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도입 취지는 연구 성과에 방점을 두고 역동적으로 바꾸자는 취지였지만 연구자가 직접 연구 과제를 수주해야만 해서 연구 역량이 분산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렇다고 PBS를 전면 폐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경쟁 없이 고정적으로 국가에서 지급 받는 연구 예산으로 기관을 운영하면 성과나 운영 측면에서 비효율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가 제시한 카드가 'R&R'였다. 일괄적으로 도입하지 말고 출연연 상황에 맞게 선택하자는 것이었다. 이마저도 거부한다면 정부가 출자한 출연기관으로서 명분이 없어진다. 공은 이제 출연연으로 넘어왔다. 출연연이 답해야 할 시점이다. 출연연 위상과 역할을 높이면서 연구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에서 서로 머리를 맞댈 때 얽히고설킨 실타래가 풀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