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반도체 초격차, 사람에 달렸다…"우수 인재 모이는 클러스터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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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는 이천에 D램 메모리 공장(팹), 청주에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을 두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종류에 따라 지역별로 팹을 특화시켰다. 그러나 이천과 달리 청주에는 연구개발(R&D)을 수행하는 조직이 없다. R&D와 반도체 팹은 가까울수록 시너지가 나지만 연구개발 인력들이 서울에서 약 120㎞ 떨어진 청주 공장에서 근무하는 걸 꺼려하기 때문이다. 이천도 사정이 좋은 건 아니다. 청주보다 우수할지 몰라도 삼성전자 등 전자 회사가 몰려 있는 수원, 용인, 동탄 등에 비해서는 이천 역시 근로 및 거주 여건이 비교된다. SK하이닉스 이천에 근무하는 다수 엔지니어들이 다른 지역에서 출퇴근을 고집하는 이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지방에 공장도 짓고 투자를 하고 싶어도 사람을 구할 수가 없으니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 아니겠냐”며 “현재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반도체 클러스터도 균형발전과 현실적 문제 사이에서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슈분석] 반도체 초격차, 사람에 달렸다…"우수 인재 모이는 클러스터 돼야"

◇핵심은 사람, 구하기 어려운 현실

반도체 경쟁력은 사람에서 나온다. 차별화된 기술로 초격차를 구현하는 주체가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이 대만, 한국 등 해외 우수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회사를 위해 일하는 대만 출신 반도체 인력은 100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중국은 최근 반도체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기 위해 한국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초기에 대만 인력을 영입해서 개발을 시작한 중국 반도체 회사가 성과가 잘 나지 않자 한국 인력으로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에서 D램을 개발했던 한 임원이 지난해 중국 반도체 회사로 이직을 시도하려던 일도 벌어졌다.

첩보전 못지않게 인재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는 게 현실이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반도체 인력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이 세계 1위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반도체를 전공하는 인력은 줄고 있어서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에 따르면 서울대 반도체 분야 석·박사는 2008년 103명에서 2017년 43명으로 줄었다. 2008년 이후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은 “대부분 대학에서 반도체를 전공하겠다는 학생이 줄고 있다”며 “삼성이나 하이닉스 외에 매력적인 반도체 회사가 드물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수 인재 확보가 중요한 데…

인력난이 심화하면 기술 개발에 제동이 걸리고, 반도체 산업 전체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에 우수 인재들이 반도체 산업에 유입되고 지속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 데, 최근 벌어지고 있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유치 경쟁은 이런 인력 확보에 대한 문제가 논외로 밀려나는 형국이다.

지금까지 클러스터를 유치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곳은 경기 용인과 이천, 충남 천안, 충북 청주, 경북 구미 등 5개시다. 반도체 팹 4개와 협력사 50여개가 입주하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는 지역 경제 발전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유치 경쟁을 벌이는 건 자연스럽다. 그러나 인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빠진 채 지역 국회의원 등이 나서 기업을 압박을 하고 있다.

2017년부터 신공장 부지를 물색해온 SK하이닉스는 인력 문제 때문에 수도권 지역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수 인력을 영입해야 하는 데 대부분 수도권 거주를 희망하고 있어서다.

◇인재를 위한 클러스터 필요

전문가들은 정부와 SK하이닉스가 추진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우수 인재를 유입시킬 수 있고, 이렇게 모인 인재들이 시너지를 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송용호 한양대학교 교수는 “현실적으로 인력 공급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에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우수 인력들이 갈 것인 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며 “반도체 클러스터는 경제 중요성, 지리적 측면뿐만 아니라 인력 측면을 고려해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지역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은 “클러스터가 반도체 소자 기업과 소재·부품·장비 회사가 한 곳에 뭉치는 만큼 정보 교환, 공동 개발 등 교류가 활발할 것”이라며 “새로운 공정이나 새로운 부품, 소재 개발 등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해외 반도체 업체들도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해 대도시 인근에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은 글로벌 3위 D램 업체인 마이크론은 미국 버지니아주 매너서스에 팹을 두고 있다. 이 반도체 공장은 워싱턴DC까지 거리가 40㎞에 불과하다.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위치한 인텔 공장을 인근 대도시 피닉스까지 거리가 약 20㎞고, 도시바는 나고야에서 30㎞ 떨어진 욧카이치에 공장이 있다. 모두 반도체 인력들이 출퇴근하기 어렵지 않은 거리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는 중국 정부를 등에 업은 반도체 육성에 맞서 우리 기업의 반도체 생태계 체력을 길러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사업”이라면서 “경쟁력 제고가 아닌 지역 균형 발전으로 사업 목적이 변질될 경우 몇 년 안 돼 중국 반도체 기업에 따라잡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