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인공지능과 블록체인 전략의 차이

[미래포럼]인공지능과 블록체인 전략의 차이

내시 균형이라는 이론이 있다. 199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존 포브스 내시가 만든 개념이며,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내시 균형이란 게임에서 경쟁자 전략을 알고 있다고 가정할 때 이에 따른 최선의 선택을 하고, 참여자 모두가 자신의 선택을 유지하는 균형 상태를 뜻한다.

내시 균형은 다양한 영역으로의 적용이 가능하다. 국회 정치 협상 과정, 조직 내 임금단체 협상, 인사부서 인력 재배치 정책 등 사회 전체 관점에서 작은 조직 내 의사 결정까지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포커나 게임에서도 적용이 쉽다. 혁신을 추구하는 조직이면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정된 자원을 재배치하는데 이때도 어떤 전략으로 움직일지를 놓고 고민하게 된다. 조직 내에서 혁신을 추구할 때 항상 변화를 원하지 않고 현재를 고수하려는 참여자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 참여자가 한 곳이 아니고 둘 이상이면 갈등을 해결하는 길은 복잡해진다. 작은 변화를 혁신 성과로 포장하고, 문제의 근원에는 접근도 못하고 마무리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혁신 전략 및 도구 이해 부족이다.

최근 공공 영역과 민간 부문을 막론하고 인공지능(AI), 블록체인 기술 접목 열풍이 불고 있다. 왜 이 기술이 필요한지 근원과 관련된 질문을 조직 내부에 먼저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의료 데이터에 블록체인을 적용한다면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을 채택해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에 도움이 되고 이익을 장래에 가져올 수 있다는 확신과 증거가 있어야 한다. 포괄된 비전만으로 신기술을 도입했다가 오히려 도입에 따라 감당해야 할 고급 인력 확보 등에서 어려움에 부닥쳐 방향성을 잃고 축소돼 마무리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결국 기술을 왜 활용해야 하는지 목적과 전략을 구체화하고, 끊임없이 조정해 주는 기술과 전략을 겸비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기술을 활용할 때 도구로서 기술을 대하는 전략과 기술 그 자체가 혁신 플랫폼이 되는 전략이 있을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혁신을 해야 할 조직과 기관이 내시 균형에 도달해 각 참여자가 확보한 자원에 대해 전혀 양보할 뜻이 없고 해당 영역과 개인의 경제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을 때 이를 해소하고 변화를 끌어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내부 상황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해당 조직의 위치가 1위가 아니라 후발 주자라면 시장 판세를 뒤집기 위해서는 후발 주자끼리 연합이 필요하고, 이를 묶어 내는 도구로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플랫폼을 쓸 수 있다.

반대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효율을 극대화해서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최대로 벌리고자 할 때 AI 기술을 활용해 일반 단순 업무를 완전 자동, 속도와 품질에서 장벽을 쌓는 전략이 있을 수 있다. 전형적인 내시 균형의 보수 문화가 가득한 조직도 다른 경쟁자와 대비해 위치한 상태와 개선하고자 하는 내부의 중요 역량이 어떤 것인가에 따라 적용해야 할 기술이 다르고, 그 기술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도 다른 것이다.

현재 상태는 기술만 있고 전략이 없다. 막연한 포괄된 키워드와 이상만 난무하고 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근원 질문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없다면 전형적인 프로세스와 이를 관리하는 지표에 따라 굳어진 업무 행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AI를 이용해 내시 균형 문제를 계산하고 사전에 변화를 예측하는 현실 사례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복잡한 문제를 풀어낼 때 첫 번째 자원을 투하해 변화를 이끌 병목 구간을 찾아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부문 최적화로 인해 전체에 해를 끼치거나 오히려 혁신에 역행하는 일이 없이 온전히 전체 목표에 부합하는 혁신 전략의 행보를 자신감 있게 내디딜 수 있는 것이다. 실타래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한 가닥을 손쉽게 당기는 것보다는 조금 떨어져서 큰 시각으로 전체 얽힌 모습을 보고 충분한 호흡으로 정확한 맥을 짚어 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kevinlee@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