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 디스플레이 굴기에 맞서는 법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가 심상치 않다. 2018년 초부터 가동한 BOE의 10.5세대 라인이 빠르게 안정화되면서 급기야 작년 4분기 75인치 초대형 LCD 패널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다.

생산을 시작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1위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우리 업계에 위협이 되기에 충분하다. 대형 LCD 패널 시장에서 양강 체제를 형성했던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구도에 변화의 기류가 이미 시작된 셈이다.

문제는 중국의 디스플레이 기술력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BOE는 당초 업계 예상보다 빠르게 수율을 올리면서 생산을 안정화시켰다. 팹 가동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65인치에 이어 75인치까지 초대형 패널 시장을 잠식했다. 초대형 TV 패널 시장을 겨냥해 10.5세대에 전략적인 투자를 한 것이 맞아떨어졌다.

10.5세대는 75인치 생산에 가장 최적화된 기판 규격이다. 한 장의 기판에서 75인치 패널 6장을 찍어 낼 수 있고, 면취율이 94%에 달할 정도로 효율성도 높다. 우리나라 업체들이 8세대 기판에서 생산되는 패널 규격을 달리해 '우격다짐'식으로 생산하는 기판 효율이 8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주도권이 어디로 갈지 뻔히 예상할 수 있다.

LCD 패널 시장에서 규모의 경쟁력은 이제 한·중간 격차가 사라졌음을 인정해야 한다. 남은 것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중심으로 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하는 것이다.

디스플레이가 대규모 시설 투자에 기반한 수주 산업이라는 고정관념도 바꿔야 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통해 TV와 스마트폰 등 세트 시장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판을 바꿔야 한다.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주력 산업에 중국의 위협은 이제 고정 변수가 됐다. 그렇다고 너무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항상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성장해왔다. 결국 시장 판도를 바꾸는 것은 항상 기술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