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르포-반도체 클러스터 선정에 들썩이는 용인 원삼면…'SK타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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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삼면 땅주인 - 투자자 눈치게임 알짜땅 폭등 전망에 매물 사라져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독성리 일대. 이곳은 8000여명의 주민이 사는 한적한 마을이다. 겉보기에는 여느 시골 마을 풍경과 다르지 않다. 논밭과 산지 사이에 난 구불구불한 도로 위에는 차량이 드물게 오가고, 랜드마크 격인 용인시축구센터는 사람이 없어 한적했다. 지난주 SK하이닉스의 신청을 거쳐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앞둔 이곳에는 '폭풍전야'의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이곳은 정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21년부터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가 시작된다. 독성리와 죽능리를 포함한 원삼면 448만㎡ 규모 땅에 10년간 120조원이 투자돼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4개가 들어선다. 50개 협력사도 이곳에 입주하고, 1만7000개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용인시 한해 예산이 약 2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이 마을에 전례 없는 초대형 투자가 이뤄지는 셈이다.

나영주 자이언건설 대표가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발표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410만㎡(약 124만평)에 포함된 용인시축구센터와 일대의 부지를 소개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 com
<나영주 자이언건설 대표가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발표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410만㎡(약 124만평)에 포함된 용인시축구센터와 일대의 부지를 소개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 com>

부동산 광풍이 불어 땅값이 폭등하거나, 부지 내 중장비가 들어와 공사를 시작하는 움직임은 아직 없었다. 그러나 마을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읍내에 부동산 중개업소가 생겨나는 등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들썩이고 있다. 인터체인지(IC) 건설이 예고되는 등 마을 곳곳에서 변화의 흔적도 보였다.

독성리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국내외 반도체 협력사들이 부지 주변 땅을 계약하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직원의 명함을 보이며 “이미 부지 주변 땅을 사간 업체도 여럿 있다”고도 말했다.

부지 주변 부동산 중개업자는 최근 사람들 사이에서 땅이 거래가 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예년에 비해 20~30%가량 땅값이 오르긴 했지만 괄목할만한 오름세는 아니라는 게 이들 설명이다. 이미 땅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곧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을 보고 물건을 꽉 움켜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지에 대한 사람들 관심은 연일 뜨겁다. 평소보다 3~5배 늘어난 손님들 때문에 부동산 업자들은 주말 밤 늦은 시간까지 사무실 불을 켜고 있다. 부지 인근 도로 곳곳에 걸린 '급매물 구함'이라는 현수막이 일시적인 공급 부족 현상을 보여준다.

또 다른 부동산 중개업자는 “마을 인근 부동산에는 부지 주변 땅 소유자와 투자자가 각각 절반씩 찾아온다”며 “물건이 없어서 질의응답만 하고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그동안 마을에서 일어나지 않았던 움직임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부지에서 5분가량 떨어진 '학일리 산 43'에서는 원삼IC 공사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팻말과 여러 개의 붉은 깃발이 꽂혀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은 IC가 들어설 이유가 없는 장소인데 SK하이닉스 공장이 들어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계획에만 머물던 공사 계획이 급속도를 탄다는 후문이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생기면 원삼면은 'SK타운'으로 변신하게 된다.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에서 약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는 SK그룹 신입사원들이 연수를 받는 'SK아카데미'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회장 취임 20주년을 맞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곳에서 65주년 창립기념식 행사를 가진 바 있다.

SK아카데미 정문에서 위로 조금 더 올라가면 'SK기념관' 건립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SK그룹이 65주년을 맞아 올리기 시작한 이 기념관은 대지면적 846.3㎡, 연면적 1252.9㎡ 규모로 지상 2층, 지하 2층 건물로 지어진다. 올해 창립기념일에 맞춰 개관할 예정이다.

SK그룹 본사와 SK아카데미 내에 전시돼 있는 창업주와 선대회장 유품들이 새로운 기념관으로 옮겨오고, 그룹 모태인 선경직물의 방직기도 전시할 예정이다. 또 최종건 창업주, 최종현 선대 회장의 경영철학과 SK 65년사가 담긴 디지털 아카이브도 구축한다.

10년 뒤 들어설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은 용인의 작은 시골 마을 모습을 하나씩 바꿔나가고 있었다.

용인=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