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산업용 로봇에 투자하자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미-중 무역 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비롯한 유럽 경제 불안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여러 국가가 무역 제한 조치를 취하는 등 보호무역으로 각자도생하는 길을 찾고 있다. 국가마다 커지는 경제 불확실성은 산업에 새로운 혁신과 도전 과제를 준다.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창의 혁신가에게는 기회의 창이 되고 있다. 갇힌 기득권 새장에서 빠져나와 창공을 나는 독수리를 꿈꾼다. 기술·경제·사회 변화로 붕괴되는 기존 시스템을 미래 지향형 시스템이 대체한다. 정보기술(IT) 기반 혁신이 그렇다.

과거에도 몇 차례 IT 기반 혁신이 혁명으로 번지도록 시도됐지만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최근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융합으로 나타나는 플랫폼 기반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물어 서비스업 등 산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등이 가져오는 지식과 기술 기반 혁신은 소비자 다양성을 흡수하고 수요를 충족시키는 등 미래 산업 구조 고도화를 이끈다.

4차 산업혁명 대표 선도 기술인 로봇공학 분야는 불확실성이 높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 수익을 창출하기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대기업 진출이 적극 이뤄지지 않는다. 수익을 창출하는 서비스로봇은 로봇청소기를 제조해서 판매하는 LG전자, 삼성전자, 유진로봇 정도다. 최근 한화정밀기계, 두산로보틱스, 뉴로메카, 오토파워 등이 산업용 로봇에 포함되는 협업로봇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산업용 로봇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가 되는 기업은 현대중공업지주 1개 사에 불과하다. 국내 시장 1위 현대중공업지주는 세계 시장에서 6위 수준이다. 화낙(일본), 쿠카(독일), ABB(스위스), 가와사키중공업(일본), 야스카와전기(일본) 등이 세계 시장을 선점했다. 이들 기업은 많게는 130년 이상 축적된 기술력을 갖췄다.

우리나라는 로봇 생산 400개 기업 가운데 임직원 20인 미만 중소기업이 80% 이상이다. LS산전 전신이 LG산전 로봇사업부에서 나온 로보스타, 디에스티로봇, 뉴로메카, 스맥 등 중소기업이 산업용 로봇 생산에 전력을 다하면서 새 로봇 시장을 찾고 있다. 유럽·일본 기업이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영세한 중소 로봇기업은 자금이 부족, 기술 개발에 전념한다는 건 벅차다.

일본 산업용 로봇업체 화낙은 1972년 후지쯔 사내벤처로 시작해 오로지 한 우물만 파서 반세기 동안 세계 1위 자리를 지킨 제조 기업이다. 현재 화낙은 삼성 갤럭시, 애플 아이폰, 테슬라 전기자동차 등 생산에 필요한 로봇 절삭기기를 만든다. 세계 4대 산업용 로봇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업력도 짧지만 투자 여력이 없다. 연구개발(R&D)을 할 수 있는 자금이 부족, 로봇에 내장되는 핵심부품 기술력이 낮다. 로봇에 들어가는 다양한 센서와 장비 기술력을 강화해서 최적화해야 한다. 정밀한 SW를 탑재하고 센서로 연결된 첨단 산업용 로봇을 개발해서 해외로 나가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은 주문형 청소·교육용 로봇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의 군사·의료용 로봇, 일본의 휴머노이드·산업용 로봇, 중국의 드론 등 로봇 선진국들이 선점한 고부가 가치 시장도 공략해야 한다. 생태계 기반 로봇 기술과 상업화 전략을 선진국에서 배워야 한다. 과감한 투자도 이뤄져야 한다.

변화하는 환경은 혁신 지속 시간을 단축시킨다.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서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시점에 국가가 기업을 규제하거나 통제해서 얻는 성과는 규제를 하지 않을 때보다 낮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과감한 규제의 덫을 걷어내고 국가 전략 프로젝트의 지속성을 높여야 한다.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 융합산업학과 교수 yoonbs@suv.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