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폴더블폰 승부, 소재·부품에서 갈린다

스페인에서 열리고 있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9'에서 한국과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폴더블폰을 잇따라 공개, 연일 화제다. 아쉽게 관람객이 직접 제품을 만지고 작동해 보는 경험은 할 수 없었다. 삼성전자는 고동진 사장이 제품을 들고 나왔을 뿐 다양한 작동 모습은 영상으로 볼 수밖에 없었고, 화웨이는 유리 박스 너머에다 제품을 전시하는데 그쳤다.

이들이 제품 시연 기회를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한 배경은 아직 부족한 폴더블 기술 완성도와 전 세계인의 높은 관심에 따른 부담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수년간 관심을 끌어 온 제품이 베일을 벗은 만큼 수많은 사람이 직접 시연하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폴더블 기술 특성이 아직 일반 스마트폰만큼 안정되지 않은 터여서 행여 출시 이전에 잡음이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

진짜 경쟁은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면서 시작된다. 각 스마트폰 품질은 물론 시장 수요를 충족시키는 안정된 생산 기술, 신뢰도 높은 부품 공급망 등이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또 패널이 휘어지는 부분에 주름이 잡힌다거나 완벽하게 펴지지 않는 등 품질 문제도 중요하다.

화웨이가 폴더블폰으로 삼성전자와 맞대결 구도를 형성하는데 성공했지만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다소 조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완성도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실제 얼마나 생산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 타이틀 경쟁 때문에 발표만 하고 실제 시장에서 거의 보지 못하는 전시용 제품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마트폰 제조사뿐만 아니라 제품에 소재·부품을 공급한 협력사도 세계 시장에 브랜드와 기술력을 알릴 기회를 잡았다. 앞으로 다양한 세트 업체가이 폴더블 기술을 응용한 제품을 원할 수 있어 큰 폭의 성장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후방기업들도 국경 없는 경쟁에 뛰어든 셈이다. 폴더블폰 생태계를 둘러싼 진정한 승부는 결국 소재·부품에서 갈릴 것이다. MWC 이후 진정한 승자는 누구인지, 우리 소재·부품 기업들의 활약은 어떤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