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래 인재, 캡스톤디자인에 답 있다

[기고]미래 인재, 캡스톤디자인에 답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개발도상국에 있던 공장을 다시 선진국으로 불러들였다. 2015년 아디다스는 아헨공대와 협력해 '스피드 팩토리'를 독일에 설립했다. 공장은 개도국 위탁생산(OEM) 기업에서 연 50만 켤레 신발을 제조하기 위해 인력을 600명 투입하던 공정을 단 10명만으로 수행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과 '디지털 전환'을 통해 업무 효율 및 생산성을 향상시킨 결과이다.

스피드 팩토리 의미는 연구소 디자인부터 생산 거점에서 대량 생산, 매장 판매까지 18개월 걸리던 일련의 과정을 24시간으로 단축시킨 '맞춤 생산' 혁신이다. 거대 기업은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했고, 소비자는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신발 디자인과 색상을 선택해 맞춤 신발을 주문하는 작업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스피드 팩토리 사례를 통해 왜 창의력, 사고력, 문제해결 능력, 협력이 미래 인재의 핵심 역량이라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고 이를 평가하는 주입식 교육만으로는 21세기 역량을 기르는데 충분하지 않다. 주입식 교육을 대체할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 특히 대학 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2007년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생 라울 패니커(전자공학), 제인 첸(경영학), 라이너스 량(컴퓨터과학), 나가난드 머티(경영학) 등 4명은 이 대학의 d-스쿨에서 개설한 '극한'이란 설계 프로젝트 강좌에서 만나 팀을 구성했다. 이들이 선택한 주제는 '조산아' 문제였다. 당시 매년 1500만명의 조산아와 저체중아가 출생하고, 절반이 인도에서 태어났다. 조산아와 저체중아 가운데 약 100만명이 사망했다. 대부분이 저체온증으로 24시간 이내에 목숨을 잃었다. 네팔과 인도를 답사한 량은 인큐베이터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단지 비용 때문만이 아니라 아이와 떨어져 있기 싫어하는 산모와 가족의 인간 욕구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들은 '저렴한 병원용 인큐베이터 개발'을 '산모의 인간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아기 체온을 유지하는 장치 제작'을 문제로 재설정했다. 관찰이 통찰로 전환되는 중요한 순간이었고, 창의력이 번득이는 순간이었다. 결국 이들은 99%나 저렴한 가격으로 아기용 침낭처럼 생긴 조산아 생명 유지 장치를 개발해 2008년 인도에 '임브레이스 이노베이션'이라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고 조산아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설계 프로젝트 수업은 창의력, 사고력, 문제해결 능력, 협력 등 21세기 미래 인재 핵심 역량을 기르기에 적합한 교육 과정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교육부가 선도대학육성사업(LINC) 등 재정 지원을 통해 캡스톤디자인 프로그램을 활성화, 설계 프로젝트 수업을 강화하고 있다. LINC 사업을 시작하기 직전인 2011년 말 캡스톤디자인 수업을 수강한 학생 수는 4만2170명에서 2017년 말 16만1887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캡스톤디자인 수업이 이공계열뿐만 아니라 인문·사회·예체능 계열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소속한 대학에서는 2018년 12월 캡스톤디자인 수업 수강 학생 510명 대상으로 수업 만족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은 과제 수행 과정, 수업 운영 방식, 학습 성과 등 12개 문항으로 구성됐다. 조사 결과 전체 문항 만족도 평균은 5점 만점에 4.09로 캡스톤디자인 수업 전반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별로 구분해 보면 이공계열 학생 만족도가 4.17로 비이공계열 학생 만족도 3.93보다 6.1% 높았다. 비이공계열 캡스톤디자인 교육이 내실 있게 정착될 수 있도록 비이공계열 학생에게 적합한 교수법 등 다양한 방안이 강구돼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10년 동안 캡스톤디자인을 통해 프로젝트형 수업이 대학 전체 학문 분야로 폭넓게 확산됐다. 지금은 외형 확대뿐만 아니라 내실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문제 선정 방법, 팀 구성 방법, 창의성 함양 방법, 평가 방법 등 수업 운영 내실화가 선행돼야 한다. 과제를 고도화하고 결과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캡스톤디자인 수업을 창업 교육, 현장실습 교육 등과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학은 융합 과제 수행을 활성화하기 위한 학사 제도 측면의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토대 위에서 캡스톤디자인 수업이 21세기 미래 인재의 핵심 역량을 기르는 대학 교육 혁신 플랫폼으로 탄탄하게 자리 잡기를 바란다.

왕보현 강릉원주대 교수bhw@gwnu.ac.kr